로봇이 택배기사 대신 라스트 마일 구간을 배송하는 시대가 열린다. 물류 배송 스타트업 와트가 국내 최초로 아파트 단지에서 로봇 택배 실제 배송 기술검증(PoC)을 마치면서 상용화가 임박했다. PoC 결과 택배 배송 효율성 향상은 물론 아파트 이미지 개선과 수요자인 주민 만족까지 더해지는 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와트는 HDC현대산업개발, 대형 물류업체 A사와 함께 경기 고양시 소재 한 아파트에서 지난 5월부터 이달 20일까지 3개월 동안 PoC를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와트가 개발한 물류 배송 인프라 구성 요소는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제임스'와 택배 보관 시스템 'W-스테이션'이다. 택배기사는 W-스테이션까지만 택배를 배송한다. W-스테이션은 카메라로 택배 송장을 인식하고, 통신 모듈을 통해 로봇을 호출해서 목적지에 전달한다.
제임스는 라이다, 카메라, 적외선 센서뿐만 아니라 경량화 실내 정밀지도를 활용해 목적지까지 자율주행 배송한다. 경사로뿐만 아니라 3㎝ 정도의 턱도 넘을 수 있다. 로봇 팔과 카메라를 이용하거나 통신을 활용해 엘리베이터를 조작한다. 이번 PoC에선 아파트 인프라와 통신하는 방식으로 1층 공동현관을 통과해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서 원하는 층으로 이동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운반할 수 있는 박스 크기는 최대 50×50×50㎝(125ℓ), 무게는 최대 30㎏이다. 특히 물건을 작업자가 직접 로봇에 넣고 수령자가 직접 꺼내야 하는 다른 솔루션과 달리 와트는 로봇 스스로 택배를 싣고, 내려놓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PoC에서 W-스테이션의 택배 송장 자동 인식률은 98%를 기록했다. 와트는 2% 오인식으로 인한 오배송을 막기 위해 W-스테이션 관제센터를 구축했다. 사람이 수기로 작성한 송장의 경우 일부 인식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 인식 정확성을 높일 예정이다.
와트는 제임스 1개 모델만 개발했지만 건물과 고객 특성에 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모델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여러 개의 택배를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로봇도 출시, 운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로봇 배송 수요 전망도 긍정적이다. '집콕'과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택배 물동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택배 라스트 마일에 로봇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는 2000년 5박스, 2010년 48.8박스에서 2020년 122박스로 크게 늘었다.
건설사도 아파트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다는 점에서 로봇 도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PoC 아파트 입주민의 만족도도 높았다. 입주민은 로봇 배송을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한 고급 시스템으로 평가했고, 보안까지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와트는 PoC 결과를 토대로 제임스와 W-스테이션 기술을 보완할 계획이다. 사업성 판단을 위해 무료 PoC가 아니라 유료 PoC 파트너도 찾고 있다. 최재원 와트 대표는 “로봇이 물류 배송에서 경제성이 있을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이어 갈 계획”이라면서 “건설사, 건물관리업체, 물류사 등과 협업해 라스트 마일 물류 배송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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