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차세대 GPU 위탁생산 업체로 TSMC 낙점

인텔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위탁생산 업체로 TSMC를 택했다.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를 확보하기 전 과도기 동안 TSMC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TSMC는 인텔 3나노미터(nm) 공정이 적용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와 GPU 생산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양사간 협력 체계가 한층 견고해지고 있다.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부사장이 인텔 아키텍처 데이에서 새로운 GPU 브랜드 아크를 소개했다.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부사장이 인텔 아키텍처 데이에서 새로운 GPU 브랜드 아크를 소개했다.

인텔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차세대 아키텍처 로드맵을 제시하는 '아키텍처 데이' 행사에서 차세대 슈퍼컴퓨터용 GPU '폰테 베키오'와 PC 게이밍용 GPU '아크'를 TSMC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폰테 베키오는 TSMC 7나노와 5나노 공정을, 아크는 6나노 공정을 활용해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이달 초 인텔은 폰테 베키오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부 GPU 칩셋은 외부 파운드리를 이용, 위탁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TSMC가 물망에 올랐다. 차세대 GPU를 생산할 수 있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가 삼성전자와 TSMC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키텍처 데이에서 인텔이 GPU 생산 거점으로 TSMC를 낙점하면서 삼성전자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인텔이 다각적인 측면을 검토, 삼성전자보다 파운드리 경쟁력이 앞선 TSMC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TSMC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5%, 삼성전자는 17%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막강한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TSMC보다 추격이 용이한 삼성전자를 겨냥한 견제구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 현지매체에 따르면, 인텔은 3나노 공정이 적용된 서버용 CPU와 GPU 역시 TSMC에 위탁 생산을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2월부터 생산 라인을 가동, 7월부터 인텔 제품을 양산한 계획으로 알려졌다. 보도대로라면 인텔은 TSMC의 3나노부터 7나노까지 초미세 공정 다수를 활용, CPU와 GPU를 생산하게 된다.

이 같은 인텔의 행보는 자체 파운드리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TSMC를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올 초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했지만 7나노 이하 공정 양산을 본격화하려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 5나노 공정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되는 '인텔 4' 공정도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인텔 파운드리가 본격 가동하기 전까지 TSMC를 주요 제품의 위탁 생산 업체로 활용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CPU를 비롯한 주력 제품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일부 분야만 파운드리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자체 생산 능력이 확보되기 전까지 위탁 생산 의존도가 어느정도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위탁생산의 TSMC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