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은 낮은 기술자립도, 지속적인 대일 적자, 만성적인 해외 의존구조 등 문제점을 항상 내재하고 있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전략품목 수출규제로 촉발된 위기는 국내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다행히도 2019년 8월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 1.0과 2020년 소부장 2.0 전략을 통해 수출규제 3대 품목 공급망 확보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2030 이차전지 산업(K-배터리) 발전전략' 등을 통해 소부장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각계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급성장하는 이차전지 산업의 경우, 국내 기업이 약 44.1%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차세대 주력산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런데 이차전지 가격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 핵심 원료는 바로 리튬을 포함한 니켈, 코발트 등 희소금속이다. 희소금속 소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는 'K-배터리 전략'을 뒷받침하는 근간인 셈이다.
희소금속은 소량으로도 소재 성능을 결정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전기차·신에너지, 항공우주·방산, 자동차·정유·화학 등 첨단 주력산업에 필수인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원료·기초소재 대다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희소금속 보유 국가의 수출통제 정책과 분쟁, 재난 등 국제적 변동 상황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모터,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 핵심소재인 희토류,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은 국내외 산업수요의 급격한 증가와 중국 등에 의한 자원 무기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공급 차질로 이어져 국내 산업 근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배터리 양극재 원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국제 가격이 지난해 말에 비해 크게 급등함에 따라 국내 수요기업들의 원료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희소금속 소재 공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자원 확보·비축뿐만 아니라 대체·저감·순환으로 대표되는 연구개발(R&D), 희소금속 데이터베이스(DB) 인프라 구축, 기업지원 제도정비 등을 통한 핵심기업 육성, 이를 기반으로 한 희소금속 소재의 자체적 공급이 중요하다. 이달 초 정부는 '희소금속산업 발전대책 2.0'을 통해 희소금속 공급 자립을 위한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포함한 유관기관 및 관련기업과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2009년 희소금속 소재산업 발전대책 발표 이후 한국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기업지원, 산업조사, 정보제공 등 국내 희소금속 산업 및 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향후 희소금속산업 발전대책 2.0에 발맞춰 고순도 희소금속 연구실(N-lab)을 통해 핵심 희소금속 국산화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소부장 실증화 지원센터 사업 등을 통해 희소금속·뿌리기술 기반의 소재·부품 전문기업을 지원·육성하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결국 소부장 자립의 종착점은 소부장 공급망 완성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수요 산업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점은 희소금속을 포함한 기초소재 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소부장 공급망 자립 근간이 되는 희소금속 산업의 강력한 육성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진행 중인 희소금속 산업 육성 정책을 기반으로 향후에도 범국가 차원의 제도 및 시스템 개선, 핵심 기술개발 등 희소금속 공급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임경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소장 mook@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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