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P2P금융 발목 잡지 말아야](https://img.etnews.com/photonews/2108/1446431_20210823151504_056_0001.jpg)
“민원인 소송으로 금융업 심사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감독규정 제5조에 따라 판결 아닌 조사·검사 착수만으로 신규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된 거죠. 심사가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으니… 수백 명이던 인원도 자의 반 타의 반 대폭 줄였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개인간거래(P2P) 금융업체 대표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업체는 한때 부동산 담보 대출로 누적 대출액 1위를 기록한 선두업체다. 회사는 P2P금융 정식 업체 등록 절차를 밟기 희망하고 있지만 형사 절차 진행 때문에 심사가 중단됐다. 원칙적으로 소송이 끝난 후 정식업체로 등록할 수 있다. 기존 P2P업체의 법적 등록 시한은 오는 26일이다. 지난해 시행된 온투법에 따라 P2P업체들은 이 기간 안에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다.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악성 민원인도 골칫거리다. “최근 민원인을 만나 사정을 설명했더니 손가락으로 돈 모양을 하더라고요. 맥락상 분명히 '돈을 주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업체와 같은 사정에 처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금융위에 심사중단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한 유권해석을 넣는 일뿐이다.
마이데이터 인허가 과정에서도 대주주의 적격성 문턱에 걸려 심사가 중단되거나 진통을 겪은 카카오페이, 하나금융 계열사 등은 우여곡절을 겪고 8개월여 만에 라이선스를 받았다.
카카오나 하나금융은 명실상부한 대기업이다. 몸집이 크니 2년이고 3년이고 버틸 힘이 있다. 그러나 한 해 먹고 사는 스타트업의 사정은 다르다. 소송이 한 번이라도 걸렸다가는 회사가 폐업할 수도 있다. 물론 P2P금융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각종 횡령·사기 사고로 부정적 이미지가 누적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체급이 다른 회사들을 동일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옳은지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금융과 무관한 일로 신사업에 제약을 받는 일은 금융혁신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카카오뱅크의 상장 성공은 금산분리 완화 등 각종 특혜 시비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허가해 준 정부 당국의 기지가 빛났음을 보여 준다. 핀테크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비슷한 시점에 인터넷전문은행을 태동하게 만든 산업이 P2P금융이다.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핀테크 스타트업을 옥죄는 무거운 잣대에 대한 당국의 기지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