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거센 반대에도 강제적 셧다운제를 고수한 여성가족부를 한 발 물러서게 한 요인 중 하나는 최근 일어난 '마인크래프트 사태'다.
마인크래프트는 일종의 온라인 블록놀이다. 모장이라는 스웨덴의 작은 개발사가 2009년 출시한 게임이다. 전 세계에서 흥행하면서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2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마인크래프트 초창기 버전은 자바언어로 개발됐다. MS가 최적화와 호환성을 높이고자 C++ 언어로 재프로그래밍했다. 기존 마인크래프트에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모드와 멀티플레이 플러그인 같은 이용자 콘텐츠가 있었기에 대다수가 자바 버전을 계속 이용했다. MS는 옛 콘텐츠(자바 에디션)와 재프로그래밍한 버전(베드락 에디션)을 함께 서비스했다.
문제는 MS가 보안 문제로 자바 에디션 이용자를 올해까지 베드락 에디션으로 통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베드락 에디션은 MS 계정이 있어야만 즐길 수 있다. MS 계정은 성인만 가입할 수 있다.
MS를 포함한 대부분 글로벌 사업자는 2011년 국내 셧다운제 도입 당시 글로벌 시스템을 한국만의 규정에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성인만 자사 계정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PSN과 MS 엑스박스 계정을 우리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는 이유다.
졸지에 마인크래프트를 즐기던 미성년 이용자는 게임을 할 수 없게 됐다. 마인크래프트가 특별히 유해한 게임은 아니다. 오히려 교육 목적으로도 이용된다. 그저 셧다운제 때문에 한국에서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이었다.
이에 여가부는 “MS 정책 변경으로 인한 문제”라며 “MS에 한국 게임이용자를 더 세심하게 고려하도록 요청하겠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10년간 쌓여온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결과적으로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됐지만 마인크래프트는 여전히 미성년 이용자가 즐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 선택제 역시 강제적 셧다운제와 같은 시스템을 별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현수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 매니저는 “MS가 연내 해결책을 찾는다고 했으니 전향적인 움직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MS와 같은 이유로 성인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역시 “셧다운제가 폐지된다면 청소년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전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페지되지만 시간제 형태로 셧다운제가 일부 남아 있어 글로벌 게임플랫폼의 정상적인 국내 서비스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