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유력 후보들이 친환경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전기차 관련 정책과 미래 비전이 넘쳐난다. 탄소중립 실현과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분야를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큰 틀에 넣겠다는 의지도 있다.
유력 후보들의 전기차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전지를 개발해서 'K-배터리 강국'을 만들겠다,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겨 미래차 시대를 주도하겠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수년 안에 전기차를 수백만대 보급하겠다는 등 계획도 담겨 있다. 전기차 보급과 함께 지금보다 빨리, 더 많은 충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단골 메뉴로 나온다.
그러나 전기차 관련 정책은 숫자로 보이는 화려한 것에만 있지 않다. 2018년에 시행된 '충전방해금지법'은 단속할 의지가 없는 지방자치단체와 이를 방관하는 정부로 인해 실효성이 사라진지 오래다. 환경부의 허술한 충전인프라 정책으로 설치만 하고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충전기는 여전히 많다. 충전기 보급 확대 계획 등 정부의 화려한 말만 믿고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만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환경부의 돈만 지원하는 충전기 보급사업으로 민간 업계의 무분별한 충전기 설치·보급은 여전하다.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제대로 감독하고 감시하는, 제대로 된 정부 기능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가운데 올해는 탁상공론의 대표 사례가 등장,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충전 주차면 확보에 따른 대안으로 정부가 제시한 '콘센트 충전기'는 충전 속도가 일반 완속충전기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데도 이 제품을 수십만대 보급하겠다며 보급 숫자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콘센트 충전기의 실상을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많이 깔겠다고 선언까지 하는 형국이다. 전기차 사용자의 불편함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전기차가 없어서 못 파는 시대가 됐음에도 “제발 전기차 좀 타주세요” 하고 호소하던 1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기차 사용자를 유인하고 독려하는 정책은 돈(보조금) 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해외 전기차 브랜드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내세워 국가의 표준정책을 무시하고 소비자에게 불편한 애프터서비스(AS)를 제공하지만 당국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고충을 귀담아 듣고 실천에 옮기는 대선 주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로 정부 의지와 전기차 이용자 환경은 아직 괴리감이 크다. 이는 정부의 전기차 정책 초점이 '보급'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기차 판매와 충전인프라 구축에 최우선 과제를 두고 있지만 반대로 그 인프라를 이용하는 사용자 요구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전기차 보급 정책이 '보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사용자 환경에서 제대로 된 보급과 우리나라 산업 진흥 정책에 초점을 둬야 할 때다. 무작정 숫자 채우기 식의 충전인프라 보급이 아니라 전기차를 맘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충전방해금지법'을 만들었으면 이를 지키고 감시·감독할 수 있도록 지자체 등에 정확한 책임과 역할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 그 감시 권한을 현재 광역시·도에서 기초단체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이제는 뜬구름 잡는 식의 그저 화려하기만 한 친환경·전기차 정책은 그만 이야기하고 실효성 있고 실제 사용자의 피부에 와 닿는 실사구시 정책으로 마음 편하게 전기차를 탈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음 사람이 기꺼이 전기차를 즐길 수 있게 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 mediatec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