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세계 질서 대전환의 신기축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지수함수적 진화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 재편, 인류의 생존 가능 한계를 위협하는 전 지구 차원의 난제 극복, 급격한 초고령화 사회 진입 등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불확실한 과제 해결로 채워질 것이다.
이러한 피할 수 없는 국내외 상황을 배경으로 향후 5년 동안 국가과학기술 전략 기본방향을 담을 제5차 과기기본계획은 과거 어느 때보다 국가 융성과 국민 행복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 이상의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지구 행성 차원의 디지털 문명 시대를 겨냥한 담대한 청사진이어야 한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여파로 물리적 현실세계와 디지털 가상세계가 마치 평행세계처럼 함께 발전하는 다중 지구 행성 생태계가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신문명 생태계의 재구축은 오롯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발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인류문명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차기 과기기본계획에 웅혼한 에너지가 실려야 하는 이유다.
둘째 새로운 과기기본계획에는 지금까지 자연과학 중심의 진흥·발전에서 벗어나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첨단적 과학기술은 인간과 사회의 총체적 이해에 기반한 경제·사회적, 환경적 가치 창출이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고도로 융합하는 총체를 기반으로 인류 행복 증진과 창조적 영감을 분출하는 내용이 담겼으면 한다.
셋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탄소중립 실현 등 글로벌 의제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비전과 국가역량 동원 모델이 구체적으로 나왔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혁신 과제 결과로 실현되는 점진적 접근과 함께 우리가 소망하는 미래상에 과학기술 역량을 결집하는 도전적 연구개발전략(backcasting approach)도 함께 구상되길 기대한다.
넷째 비욘드 인공지능(AI), 혁신적 ICT, 차세대 컴퓨팅, 바이오·나노기술, 양자기술에 대한 보다 치밀한 정책과 이들 혁신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초연결 지능 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대응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규모 지능 데이터를 인지하고 추론하는 차세대 인터넷 생태계에서는 핵심적 중점기술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내는 과학기술 전략의 시공간적 아키텍처가 요구된다.
다섯째 중장기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역동성은 만물지능 ICT를 기반으로 강화된다. 우리 생활세계 모든 영역에 에지 AI가 파고들고, 클라우드의 초지능 AI와 서로 학습하고 공진화하는 초유기체 테크놀로지로 이행한다. 이에 따라 이러한 미증유의 격변기를 선도할 야심 찬 한국판 문샷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MZ세대가 과학기술에 영혼을 불사르게 할 수는 없을까.
마지막으로 과학기술력으로 실현된 대한민국의 미래상, 대목표 및 중목표에 도달하는 경로를 성과지표와 정교하게 연계한 논리체계화(logic chart)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하도록 하자. 2022년 중에 최종 책정될 5차 과기기본계획은 엄중한 국내외적 상황을 과학기술력으로 돌파하면서 헌걸찬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 가는 그랜드 디자인이 될 수 있기를 갈망한다.
하원규 미래학자·디지털 토굴인 hawong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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