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년 만에 찾아온 '제2 벤처붐' 열기를 이어가고 벤처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벤처보완대책'을 마련했다. 다양한 세제혜택으로 고급 인재들이 몰리는 '스타트업 천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벤처생태계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지속적으로 '인재·자본'이 유입되도록 해 글로벌 슈퍼 벤처기업을 줄줄이 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중국, 영국에 이은 '글로벌 4대 벤처강국'을 지향한다.
◇스톡옵션 부여대상·비과세한도 확대…“인재 붙잡아라”
이번 벤처생태계 보완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 개편이다. 최근 들어 개발자 등 인력난이 불거지면서 스톡옵션에 대한 개선요청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스톡옵션은 인건비가 높지않은 벤처기업의 가장 강력한 인재 영입 및 유지 수단이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연봉과 인센티브 외에 스톡옵션, 스톡그랜트 등 다양한 보상체계를 내놓으며 인재 유치에 노력하고 있지만 세금 등 비용 부담이 컸다.
정부는 벤처기업이 보다 폭넓게 스톡옵션을 발행·활용할 수 있도록 부여대상 등 발행요건 완화를 검토한다.
이옥형 중기부 과장은 “미국의 경우 스톡옵션 발생 요건을 자유롭게 해주는 대신 세제 혜택은 까다로운 편”이라며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을 지를 다각도로 검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세금납부 부담을 덜기 위해 비과세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한다. 시가 이하로 발행하는 스톡옵션에도 행사이익에 대한 과세특례 적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같은 정부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다만 기대만큼 큰 폭으로 비과세 한도가 확대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함세희 더화이트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스톡옵션은 고급인력을 유치하거나 유지하는데 중요한 수단”이라며 “대량으로 스톡옵션을 발행받는 사람 외에 모두 세금을 공제해 주거나 1억원 미만으로 비과세 한도를 확대해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벤처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벤처특별법 일몰기한(현재 2027년) 폐지를 포함한 전면개정안을 연내 마련해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한다. 또 기술보증의 최고한도를 100억원에서 200억원까지 상향해 기술력 있는 유망 벤처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해외투자 유치와 해외진출 지원도 확대된다. 연내 '글로벌 벤처펀드' 1조원을 추가 조성하고, '글로벌 기업투자설명회(IR)' 등 해외 벤처투자자와의 교류 기회를 넓힌다.
◇민간 주도 벤처투자 시장 확립…모태자펀드 민간출자자에 인센티브
벤처투자 분야에서는 민간이 더 적극적으로 벤처투자에 나서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되, 창업초기 분야는 정부가 두텁게 지원하기로 했다.
그간 정부의 자금은 물 밀려오듯 쏟아졌으나 민간 자금을 매칭하지 못해 펀드 결성이 어려운 사례가 많았다.
정부는 앞으로 민간이 정부보다 수익은 더 받고 손실은 덜 보도록 모태자펀드 민간출자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손실충당' 인센티브를 모태자펀드 전체 분야로 확대하고 △모태펀드 수령 초과수익의 최대 30%까지를 이전하고 △모태펀드 출자지분 매입에 콜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벤처펀드에 산업재산권 현물출자를 허용하는 등 벤처투자 참여 통로도 넓힌다.
이와 함께 해외 벤처자본의 유입을 촉진하고 펀드운용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실리콘밸리식 벤처펀드 지배구조도 도입한다. 창업투자사가 펀드운용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법인격 없는 벤처펀드를 법인격 있는 주식·합자회사로도 설립할 수 있도록 벤처투자법을 개정한다.
다만 최근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창업초기 벤처투자가 늘어나도록 창업초기펀드 1조원을 정부가 조성한다. 모태자펀드 운용사가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시 인센티브도 높였다.
초기 창업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창업기획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창업기획자의 벤처펀드 운용·관리보수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추진하고, 벤처펀드 결성 최소요건도 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춘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창업·벤처기업은 대한민국의 고용버팀목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며 “중기부는 이번에 마련한 '벤처보완대책'을 힘차게 추진해 벤처생태계에 인재와 자금이 몰려들어 케이(K)-벤처가 새로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