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바람이 거세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BEV)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차(HEV)는 올해만 10만대가 넘게 팔릴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중 처음으로 전동화 모델만을 팔겠다고 선언했다.
'안전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가진 차'라는 이미지에 '친환경'이 더해지면서 볼보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올해 1~7월 볼보는 작년 동기 대비 15.7% 성장한 8782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4위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순수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을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엔진으로 대체하는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볼보 라인업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모델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C60'이다. 올해만 1900대 이상 팔렸다. 단순 판매량만 놓고 보면 드라마틱한 수치는 아니지만,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차량을 받을 수 있을 만큼 항상 대기 고객이 밀려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돌풍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XC60의 고성능 트림 'B6 AWD 인스크립션'이다.
전동화 전략에 따라 국내에 새롭게 선보인 B6는 기존 가솔린 터보 모델 T6를 대체하는 고성능 MHEV 엔진을 탑재했다. 저마찰 엔진 기술과 관리 시스템, 커먼레일 직분사와 전기식 슈퍼차저, 터보 기술 등을 결합한 B6 엔진을 통해 우수한 출력을 보장한다. 2종 저공해 자동차 인증으로 공영 주차장 할인이나 혼잡통행료 면제 등 친환경차 혜택도 받는다.
볼보 최초 한국인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이정현 씨가 주도한 XC60 외관은 볼보가 추구하는 '스웨디시 럭셔리'를 잘 표현해냈다. 최상위 라인업 90 클러스터에 적용한 클래식 볼보의 헤리티지에 독창적 디자인 언어로 역동적 이미지를 연출했다.
전면은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시그니처 LED 헤드램프를 수직 크롬 바 형태 라디에이터 그릴과 끊김 없이 이어지는 형태로 디자인해 날렵하고 강인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 후면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형태의 벨트라인과 캐릭터 라인, 20인치 블랙 다이아몬드 컷 휠이 역동적 자세를 완성한다.
실내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천연 소재와 장인 정신, 현대적 기술이 어우러졌다. 천연 나뭇결이 살아있는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은 고급스러운 마룬 브라운 색상 가죽시트와 조화를 이뤘다. 부드러운 나파 가죽으로 만든 시트는 몸을 잘 지지해주며 마사지, 통풍 기능까지 갖춰 장거리 주행에도 안락하다.
스웨덴 크리스탈 브랜드 오레포스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 크리스털 기어노브, 2열까지 넓은 개방감을 선사하는 전동식 파노라마 선루프도 갖췄다. 차체 크기는 전장이 4690㎜, 축간거리가 2865㎜다. 무리하게 크기를 늘리는 다른 중형 SUV와 달리 차급에 딱 알맞다. 1열과 2열 모두 부족함 없는 공간을 갖추면서도 차체가 너무 길지 않아 주행성능 면에서 오히려 유리하다.
48V 가솔린 MHEV 방식 B6 엔진은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면서도 역동적 성능을 제공한다. 2.0ℓ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10㎾ 전기모터를 더해 제동 과정에서 생성된 에너지를 회수해 엔진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연료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민첩한 엔진 반응을 이끌어 매끄러운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시동을 걸면 엔진이 경쾌하게 깨어난다. 정차 시나 저속 주행 시 모터로만 구동하는 일반 하이브리드(HEV)와 달리 MHEV는 모터를 보조 개념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이 바로 작동한다. 최고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는 42.8㎏·m에 달한다. 기본 트림 B5보다 50마력 높다. 2.0ℓ 가솔린 엔진 기반으로 끌어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이다.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 토크가 엔진 회전수 2100rpm부터 4800rpm까지 고르게 뿜어져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원하는 만큼 충분한 힘을 즐길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h 도달 시간은 6.2초에 불과하다.
도심 등 일상 주행에서는 SUV보다 세단에 가까운 부드러운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앞서 시승해봤던 S90과 같은 방식의 서스펜션을 채택했다. 앞은 더블 위시본, 뒤는 인테그랄 링크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이다. 코너에서는 쏠림 없이 안정적으로 차체 자세를 유지하면서 높은 방지턱을 편안히 넘는다. 볼보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기민한 운전대 반응과 V 디스크를 채택한 브레이크 제동력도 만족스럽다.
넉넉한 힘은 반응성이 뛰어난 상시 사륜구동(AWD)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로 전달한다.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는 민첩하게 속도를 높인다. 에코와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 개인화 총 5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하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도 갖췄다. 시승 시 여러 주행 모드를 변경해봤으나 차이가 크진 않았다. SUV 차체 구조 영향인지 고속 주행에서는 S90보다 풍절음은 크게 들렸다.
탑승자를 위한 볼보의 배려는 여러 최신 기능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PM 2.5 센서와 미립자 필터로 실내로 유입되는 초미세먼지를 정화하고 미세먼지 농도를 감지하는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AAC) 시스템을 새롭게 추가했다. 알레르기나 천식을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해주는 클린 존 인테리어 패키지도 기본 제공한다.
영국 바워스&윌킨스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과 새로운 재즈클럽을 추가해 업그레이드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과 2열 탑승객을 위한 2개의 USB C-타입 포트,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 등도 달라진 점이다.
볼보는 최신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최고급 세단 수준 옵션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오히려 낮췄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XC60 B6 AWD 인스크립션 가격을 기존 T6보다 440만원 내린 7100만원으로 책정했다. 업계 최고 수준 5년/10만㎞ 무상 보증과 소모품 교환 등 서비스 품질 개선에 꾸준히 노력하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