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곳을 통과하면 1960년대로 갈 수 있어”
고등학교 영어교사 제이크 에핑은 1.25달러 저렴한 햄버거를 파는 단골식당에서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듣는다. 식당 주인 알 템플톤이 식당 내 '토끼굴'이라고 부르는 벽장을 가리키며 과거로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얘기를 한 것이다.
알은 에핑에게 실제 벽장 안으로 가 상황을 확인하고 나오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반신반의 끝에 벽장에 들어간 에핑은 과거로 돌아간다. 이후 벽장 밖으로 나온 에핑은 벽장의 정체가 '타임 포털'이냐고 질문을 쏟아낸다.
미국 훌루가 제작한 8부작 드라마 '11.22.63' 이야기다. 에핑이 시간여행을 통해 1960년대로 돌아가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암살을 막으려고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는 개인 혹은 집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여행을 하는 초자연현상 '타임슬립'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타임슬립은 2개 또는 그 이상 서로 연결된 타임라인을 갖는다. 어떤 사람 또는 집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을 거스르거나 앞질러 과거 또는 미래에 떨어지는 일이다.
우연히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는 사고에 가까운 초자연현상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머신을 이용한 시간여행과는 구분된다.
물리학계는 타임슬립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증명되지 않은 개념으로, 영상콘텐츠 등 창작물에서 주로 활용된다. 개연성을 무시하고 감동적이거나 드라마틱한 상황을 쉽게 연출할 수 있어 판타지 또는 공상과학(SF) 소재 창작물의 클리셰(판에 박은 듯한 문구 또는 진부한 표현을 가리키는 문학 용어)다.
'미래를 미리 알 수 있으면' 또는 '과거 잘못을 바로잡아 현재를 더 좋게 만들고 싶다' 등 한 번은 생각하게 되는 희망을 실현, 독자와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타임슬립 개념 시초는 19세기 마크 트웨인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타임머신류와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은 시간을 뛰어넘는 일에 대한 제어능력이 없고 과정을 이해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원리가 독자나 시청자에게도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이후 1964년 필립 K. 딕이 펴낸 '화성의 타임슬립'이라는 소설과 영국 한 방송사에서 1970년 26부작 어린이 공상과학 드라마 '타임슬립'을 방영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에핑은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막을 수 있을까. 미드 '11.22.63'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