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K-배터리, 글로벌 완성차와 전기차 배터리 동맹 가속

세계 전기차 판매량 600만대…작년보다 갑절 증가
완성차, 전기차 수요 늘어 핵심부품 수급에 집중
삼성SDI·SK이노·LG엔솔, 완성차업체와 협력 확대
투자 부담 줄이고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 기대

[산업리포트]K-배터리, 글로벌 완성차와 전기차 배터리 동맹 가속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동맹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사 설립, 현지 시장 대응이 유력시 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에 배터리 합작사를 만든 데 이어 SK이노베이션도 포드와 유럽에 합작사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성장 확대에 따라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처를 확보하려는 완성차와 전기차 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K-배터리, 글로벌 완성차와 협력 러시

삼성SDI 연구원들이 각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 연구원들이 각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들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합작 후보사에 스텔란티스와 리비안이 거론되는데 이 가운데 세계 4위 완성차인 스텔란티스와 합작하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합작사는 중대형 각형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헝가리에 유럽 최대의 각형 배터리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가 완성차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은 처음이다.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전환을 위해 2025년 130기가와트시(GWh)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이를 260GWh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각형 타입으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구현하기도 했다.

젠5 배터리는 삼성SDI 최신 기술이 집약된 전기차 배터리다. 니켈 88% 함량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술이 적용돼 한 번 충전에 주행거리가 600㎞에 달한다. 삼성SDI는 젠5 배터리를 BMW,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와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작사는 헝가리가 유력시 되는데 미국 외 유럽에 합작사를 짓는 건 처음이다.

하우 타이 탱 포드 최고 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열린 JP모건 콘퍼런스에서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합작 투자에 대해 매우 흥분하고 있다”며 “(합작은)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파우치 배터리를 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파우치 배터리를 들고 있다.

합작사에서는 파우치 배터리가 생산될 계획이며,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마하-E'에 이어 'F-150' 등 전기차 전환을 위해 SK이노베이션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사업 협력을 전방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중국 창저우에 베이징자동차와도 합작사를 설립했다. 합작사는 베이징자동차 전기차 '마크5'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베이징자동차는 고급 전기차 브랜드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 베이징자동차 등 완성차와 협력을 확대하면서 2030년 연간 500GWh 이상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에 합작사를 설립한다. 국내 배터리와 완성차를 대표하는 양사가 손잡고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2023년까지 1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며, 배터리 생산량을 계속해 늘리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 세계 1위 국가다. 니켈은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핵심 소재다.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파우치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파우치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90% 함량 하이니켈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앞세워 테슬라, GM, 현대차 등 세계 주요 완성차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강화해 아세안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미국 테네시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도 건설한다.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제1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양사는 2개 합작 공장에서 2024년까지 70GWh 이상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1회 충전 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100만대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합작사는 일본 혼다에도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혼다는 토요타, 닛산과 달리 전기차 전환에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배터리 수급처로 제조 기술 및 생산 투자에 가장 앞서가는 LG에너지솔루션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완성차와 합작사 설립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완성차와 협력 왜?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왼쪽이 1공장, 오른쪽이 현재 건설 중인 2공장이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왼쪽이 1공장, 오른쪽이 현재 건설 중인 2공장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와 합작해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배터리 업체는 완성차와 합작사 설립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그동안 전기차 주요 시장에서 공장을 짓고 완성차 업체 수요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와 완성차 간 협력을 강화하고, 업계 합작 사례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판매는 600만대를 웃돌 전망이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40만대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판매량 327만대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6월 기준 전기차 판매량은 47만대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15만5000대)보다 202% 급증했는데, 유럽, 미국, 중국 등 전기차 주요 시장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세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전기차 시장의 친환경 보조금 확대 정책에 힘입어 배터리 수요는 파우치, 각형, 원통형 등 제품에 상관 없이 강세다.

때문에 전기차 핵심 동력인 배터리 확보는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완성차들은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수록 전기차 핵심 부품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와 협력해 전기차 배터리 확보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배터리 성능뿐 아니라 생산량을 꾸준히 확대하며 완성차의 배터리 수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

◇주목받는 미국 전기차 시장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시장 대응을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신북미협정(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발효 아래 전기차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협정에 따르면 완성차가 미국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미국 내 차량 부품 비중을 7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미국은 국내 배터리 업체를 필두로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해 전기차 생산 계획을 목표 대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등 완성차들과 합작사 건설을 필두로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도 포드,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들의 요구에 맞춰 배터리 공장 건설뿐 아니라 합작사 설립에 속도를 내며 보다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배터리 공장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배터리 공장

◇배터리 소부장도 해외 공장 구축 나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소부장 협력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소부장 업체들과 해외 진출을 위해 손잡고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배터리 양극재 업체의 경우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코스모신소재가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유럽을 기점으로 해외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을 고객사로 두고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전해액 업체인 엔켐은 LG에너지솔루션 등에 대응해 유럽과 미국 공장에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분리막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폴란드에 분리막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음극재 업체인 동진쎄미켐은 스웨덴에 음극재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해 헝가리에 동박 공장을 완공했고, SKC는 미국과 유럽에 동박 생산 공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배터리 공급망 강화 움직임에 맞춰 해외 투자를 강화해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인근에 공장을 두고 전기차 배터리 신규 수요에 대응해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완성차 업체 간 합작사 설립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해외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제2 합작공장 투자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빌 리 테네시주 주지사,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메리 바라 GM 회장.
지난 4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제2 합작공장 투자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빌 리 테네시주 주지사,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메리 바라 GM 회장.

<표>K-배터리, 완성차 글로벌 배터리 합작 투자

[산업리포트]K-배터리, 글로벌 완성차와 전기차 배터리 동맹 가속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