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R&D)과 생산공장 확대에 7조원 이상 투자했다. 같은 기간 3사의 전체 매출 23조2250억원 대비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품 업종으로는 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23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전체 시설투자액은 4조9535억원에 달했다. R&D에도 1조3071억원이 투입됐다. 유럽 및 미국 완성차 대응을 위한 생산 인프라 확대와 하이니켈(Hi Nickel)계 차기 제품 투자에 집중한 것으로 파악됐다. R&D 투자에선 삼성SDI(6438억원), 시설 투자에선 LG에너지솔루션(2조4250억원)이 가장 많았다. 삼성SDI는 양극 니켈 함량을 90% 이상 높인 하이니켈 '젠6' 배터리 R&D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삼성SDI 생산시설 투자자금은 1조1286억원으로 3사 가운데 가장 작았다. 경쟁사보다 적은 시설 투자를 만회하기 위해 연내 미국 내 첫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연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430GWh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맞춰 시설 투자를 늘리고 '한국-북미-중국-폴란드-인도네시아'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과 동남아 지역 생산공장 투자에 집중했다. 2025년까지 유럽(155GWh)과 미국(150GWh) 내 새로운 생산시설을 갖출 방침이다. 또 하이니켈 구현을 위해 앞으로 NCM(니켈·코발트·망간)에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로 코발트 비중을 낮추는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은 매출액(1조9733억원)보다 많은 2조6026억원을 투자했다. R&D에 2093억원, 생산 시설투자에 2조3933억원을 투입했다. SK온은 국내 업계 최초로 삼원계(NCM) 구반반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상업 양산을 앞두고 있다. 또 에너지 밀도가 높고, 빠른 충전 성능을 갖춘 LFP 배터리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국내 배터리 3사의 생산시설과 R&D 투자액이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K-배터리 발전 전략' 로드맵에는 2030년까지 총 40조6000억원의 투자 계획이 담겼다. K-배터리 3사는 하이니켈 배터리 등 프리미엄 제품 R&D에 집중, 중국산 저가 공세에 대응할 계획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