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코로나19로 봇물터진 원격의료, 곳곳서 진통…산업계 "발전적 논의 계기 돼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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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는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혼선이 끊이지 않는다. 의료법으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강력한 규제 탓에 의사와 약사 사회 반발이 지속된다.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갖추고도 이 분야 스타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미국과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텔라닥헬스, 알토파머시, 핑안굿닥터, 알리헬스 등 기업 몸값이 치솟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 7월 13개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의가 출범하고, 비대면 진료 법 근거 마련을 촉구하는 정책제안서 제출을 준비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주요국이 차세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밑바탕이 됐다. 코로나19 이후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중단되고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 서비스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걱정도 크다.

비대면 진료의 가능성은 확인됐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이 확산에 따라 지난해 2월 전화상담과 원격처방 등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한 이후 지난 5월까지 공식 집계된 전화 진료·처방건수는 211만건에 이른다. 의료계에서 우려한 의료사고 등 부작용도 없었다. 이를 기회로 굿닥, 닥터나우, 파닥, 닥터히어, 바로필 등 원격진료와 약 배달을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한편으로는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의사·약사 단체와 갈등도 커지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닥터나우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담합조장, 불법광고 혐의에 따른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규제샌드박스 심의가 지연되며 '화상투약기' 독자 서비스를 택했던 쓰리알코리아는 약사회 반발이 커지자 규제 심의 지연 책임을 묻기 위해 정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바로필은 일반약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약사회 문제 제기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산업계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을 시험대 삼아 관련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 회장(닥터나우 이사)은 “바로필이 약사회와 보건복지부의 문제제기를 수긍해 서비스를 곧바로 중단한 사례에서 보듯 산업계 자정작용이 잘 이뤄지고 있고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1년여 동안 산업계에서는 상당한 발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 약사회와 제도, 기술, 시스템 보완을 위한 발전적 논의를 위해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1950년대 제정된 의료법과 약사법도 달라진 시대 상황에 따라 새롭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얼굴을 보지 않고는 진료나 복약 지도가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기술 토대도 충분히 마련됐다는 게 산업계 입장이다.

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는 “사회 변화에 따라 관련 제도도 바뀌어야 하고 약사법 입법 취지도 유연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는데 예전 논리만 고수하면 발전적 논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상황을 고려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소통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