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실적인 목표를 고려해야 한다는 에너지 전문가 목소리가 커졌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2030년 NDC 상향에 따른 경제 영향이 정확하게 분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목표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30년 NDC 상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국자원경제학회와 한국에너지학회가 2일 '2030년 NDC 목표 상향과 한국경제'를 주제로 온라인 공동 세미나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ND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분야별로 당사국이 취할 노력을 스스로 결정해 제출하는 목표다. 우리나라는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에 근거해 2030년 NDC를 기준연도인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 감축해야 한다. 내달 탄소중립위원회에서 2030년 NDC를 확정하고, 오는 11월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NDC 상향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관점에서 접근하는 우리나라 NDC 상향이 국내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가 탄소중립과 같은 기조로 NDC를 접근하면 산업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같은 입장에서 당사국 총회에 보고할 NDC를 작성한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면서 “파리협정은 불가역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 한번 보고되면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유연성을 심각하게 제약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기준연도가 2018년으로 다른 나라보다 주어진 시간이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호정 고려대 교수(자원경제학회장)은 “한국은 미국처럼 2005년을 기준연도로 설정하면 감축노력은 필요하지 않고, EU처럼 1990년이 기준이면 오히려 배출 증가가 허용된다”면서 “NDC 선언을 한 국가 중 한국은 코앞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이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현실적인 NDC를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는 “NDC 상향 조정은 2050년 탄소중립 정책과는 달리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존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면서 “(NDC 상향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고, (2030년 NDC) 35% 적절성에 대해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KIET)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2030년 NDC에 대해 다른 국가와 차이를 고려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달성 경로를 수립해 산업 전환과 재부흥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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