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달 PC시장에 '대기업 쿼터제' 카드가 등장했다. 대기업 진출이 원천 봉쇄된 공공 데스크톱 PC시장에서 일정 부분을 대기업에 할당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중소 PC업계는 대기업 재진출 시 업체의 '줄도산'을 우려,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정부에 데스크톱·일체형 PC에 대한 중소기업간경쟁제품 신청 품목 재지정 제외를 요청했다. 그 대신 데스크톱 PC는 25%, 일체형 PC는 50% 범위에서 대기업 진출이 가능한 '쿼터제'를 제안했다. 공공 조달 데스크톱 PC시장은 연간 55만대 규모로, 전체 개인 PC 시장의 24%를 차지한다. 데스크톱 PC와 일체형 PC의 시장 점유율은 약 98대 2다.
공공 조달 데스크톱·일체형 PC는 지난 2013년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처음 지정됐다. 대기업이 정부 기관에 제품을 일절 공급할 수 없다. 중소벤처기업부가 3년마다 한 번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재지정 논의를 하는데 현재가 그 시점이다.
대기업은 일부 중소업체가 시장을 독식한다며 경쟁제품 지정을 반대해 왔다. 상위 5개 업체가 공공 데스크톱 PC 시장 매출의 70% 이상을 독식, 이 때문에 공공시장에서 싼 제품을 공급받을 기회를 잃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대기업 납품이 가능해지면 현재보다 가격이 낮아져서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였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주장을 펼치다 7월 말 경쟁제품 지정 반대 의견을 철회했다. 중소기업과의 경쟁 구도 형성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반대 의견 철회에도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조달 PC시장이 특정 업체에만 수혜가 편중되는 독점 형태로 변질했다며 경쟁제품 지정 해지를 공식 요구했다.
중소기업계는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 데스크톱·일체형 PC 수요는 사무 환경 변화에 따라 공공 노트북 시장이 커지면서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어드는 등 매년 감소세다. 대기업까지 진출하면 중소기업 도산, 고용 감소 우려가 극대화될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경쟁제품 지정이 해지되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델, 휴렛팩커드(HP) 등 주요 외산업체까지 진입이 가능해져 업계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수 정부조달컴퓨터협회장은 “공공 노트북과 태블릿 PC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이 추가로 공공 데스크톱 PC시장까지 진입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유통사와 사후관리(AS) 협력사 등 중소기업 1600개사의 1만명 이상 고용이 걸려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오는 10월까지 관련 부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양측 입장이 극단으로 치닫고 상생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강조하는 재계 분위기 등까지 영향을 미쳐 이러한 복잡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결정은 12월 중에 중기부가 고시한다.
[표] 공공 조달 PC 시장 현황,
(단위 : 천대, 출처-조달청 나라장터 정보개방포털)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