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 예산 30조원 시대가 열렸다. 정부가 최근 의결한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국가 R&D 예산은 올해보다 8.8% 늘어난 29조8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국가 R&D 예산은 2019년도에 처음 20조원을 넘어선 이후 3년 만에 30조원에 육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 R&D 예산은 지속 증가했다. 기초·원천기술, 국가전략기술 등 국가경쟁력과 통상·안보 등에 영향이 큰 분야 중심으로 집중 투자됐다. 투자 예산 규모로는 세계 4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에 한국판 뉴딜을 필두로 프런티어형 기술과 도전적 기초연구 등 전략적인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및 그린 뉴딜 관련 R&D 예산은 올해보다 48%나 늘어난 3조6000억원에 이른다. 또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빅3에 2조8000억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 2조3000억원이 집중된다. 선도형 R&D 투자로는 우주·항공과 양자·6세대(6G) 통신 및 플랫폼 신기술 중심으로 1조2000억원이 배정됐다. 이 외에 국민안전을 지키고 인력 양성과 국제협력을 통한 R&D 기반 구축에도 중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국가 R&D 예산 30조원 시대에 유념해야 할 것은 단기적인 성과 창출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초·원천 기술은 한두 해 예산을 집중한다고 해서 절대 '퀀텀점프'가 이뤄지지 않는다. 국제과학논문색인(SCI) 논문, 특허출원 건수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간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원천기술은 논문이나 특허가 아니라 수많은 실패에서 싹을 틔우기 마련이다. 연구자들이 실패를 딛고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국가 R&D 예산이 마중물이 돼 주력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새로운 신산업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