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은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스타워즈, 왕좌의 게임 등 방대한 세계관을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SF 소설이다. SF계의 거장 아서 C 클라크가 “듄에 견줄 수 있는 건 반지의 제왕 외에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탄탄한 세계관과 밀도 높은 이야기를 다룬다.
프랭크 허버트가 1965년 출판한 듄은 휴고상과 네뷸라상을 동시에 받은 최초의 작품이다.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작품이란 얘기다. 2000만 부 이상의 판매 부수를 올리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소설이기도다. 또 영화와 게임, 음악 등 수많은 서브컬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올해 10월 개봉하는 ‘듄(2021)’이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화된 것은 아니다. 1984년 데이빗 린치 감독에 의해 이미 한 번 영화로 제작됐으나, 이 듄(1984)은 당시 원작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1984년 듄은 어떤 점을 지적 받았을까? 이번 영화에서는 아쉬움들을 해소할 수 있을까?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모래 언덕을 뜻하는 듄(Dune, 사구)은 영화 속 주된 배경인 행성 ‘아라키스’의 다른 이름이다. 영화의 배경은 무려 서기 2만 6000년 이후이다.
세계관, 통칭 듀니버스(Dune+Universe, Duniverse)는 지나치게 방대하다. BC, AD가 아닌 AG로 날짜를 계산할 정도이다. 서기 1만6200년 이후 온 우주를 장악하는 ‘우주길드(The Spacing Guild)’를 중심으로 BG와 AG로 나누기 때문이다. 이후 AG 1만191(AD 2만 6000여 년)년에 태어난 주인공 ‘폴 아트레이드’가 우주 지배자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듄의 메인 줄거리이다.
듄은 몇 마디로 세계관을 정리할 수 없다. 1984년 영화화한 듄(국내 개봉명 사구)이 실패한 원인이기도 하다. 1984년 작은 무엇보다 허술하다. 4시간 분량을 제작자가 2시간으로 잘라냈다. 이 과정에서 원작 소설에서 중요한 장면들을 날려버렸다. 흥행과 비평에도 참패했다.
짜임새 있는 소설인 만큼 서사를 쌓아야 함에도 1984년 작품은 한 편의 영화에 세계관, 주인공인 폴 아트레이드의 이야기, 다양한 액션, 수많은 등장인물을 담으려 했다. 일각에서는 설정 오류가 너무 많고, 액션이 허술해 마치 ‘SNL(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같다는 비평까지 있었다.
올해 10월 개봉하는 듄은 1984년 작품의 아쉬움을 해소하기라도 하듯이 더욱 스케일을 키워 세세하게 소설을 재연할 것으로 기대돼 팬들을 다시 설레게 했다. 2021년 개봉작의 메가폰을 잡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계약 조건으로 반드시 영화를 두 편으로 제작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한 만큼 거대한 세계관이 세밀하게 묘사될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2021년 작품 예고편은 사막 행성의 척박함을 그대로 그려낸 점이 인상깊다. 1984년 작품은 당시의 CG기술이 부족했다고 하기에는 성의 없는 배경과 분장을 보였다. 2021년 작품은 스크린 촬영을 단 두 번만 진행했으며, 이를 제외하면 모두 요르단, 아랍에미레이트 등 11곳의 사막에서 이뤄진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되며 기대감을 모았다.
특히 영화 속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야 할 괴 생명체 ‘샌드웜’의 모습이 인상깊게 등장했다. 1984년 작 또한 무시무시한 이빨과 거대한 크기를 가진 샌드웜을 그려내 호평받았지만, 2021년 작품에서는 더욱 진화된 샌드웜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듄은 방대한 세계관의 첫 걸음을 뗐다.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처럼 시리즈물로 인정받을지는 10월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듄’은 현재 열리고 있는 제7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한 뒤 내달 국내 개봉한다.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젠데이아 콜먼 등이 출연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