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 모토로라 등 한국을 떠난 외산폰 제조사가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5세대(5G)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도 한국 복귀 타진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산폰 제조사의 행보가 삼성전자와 애플로 고착화한 시장 구도에 변수가 될지, 외산폰 무덤이라는 한국 시장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올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 기회 모색
외산 제조사가 한국 시장에 다시 관심을 보이는 것은 5G 중저가 영역에서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이어 빠른 속도로 통신의 세대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선택 가능한 프리미엄 단말은 삼성전자와 애플뿐이다. 갈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중저가 모델은 삼성전자와 샤오미만 남았다.
HTC와 모토로라 등은 글로벌 5G 확산에 맞춰 30만~40만원대 중저가 5G 스마트폰을 북미, 유럽, 중동, 인도 등에 출시했다. 과거 축적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국 제조사의 저가 공세와는 다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급제 시장이 커지면서 진입장벽 역할을 해 온 '단말 지원금' 영향이 줄어든 점도 외산폰에는 기회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만으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이통사 진입
HTC와 모토로라가 진행하고 있는 국내 인력 구인은 공통적으로 이동통신사 상대의 영업 능력을 요구했다. 다만 이통사 공급을 위해서는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자급제나 알뜰폰 채널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 이보다 앞서 블랙베리 역시 지난 2018년 쿼티 자판이 달린 '키2'를 알뜰폰에서 단독 출시, 호실적을 거뒀다.
모토로라는 이통사용 키즈폰 등을 개발·공급하는 국내 업체와 스마트폰 출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HTC는 가상현실(VR) 기기 '바이브' 국내 총판사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통 3사는 아직 외산폰 국내 출시를 위한 별도의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적절한 가격에 상품성이 뒷받침된다는 전제 아래 추가 스마트폰 제조사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통사 관계자는 6일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삼성전자·애플 이외에 새로운 제조사의 참여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면 출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대응 촉각
외산폰의 한국 시장 복귀는 소비자의 단말 선택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브랜드·성능·디자인을 비교 구입할 수 있고, 유통 채널 간 경쟁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후관리(AS) 지원 등 서비스 품질 관련 개선도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대응도 관심거리이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해 '외산폰 청정지대'를 목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산폰 선제 대응을 위해 중저가 경쟁이 치열한 세계시장에 선보여 온 여러 모델을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대별 촘촘한 제품군 전개와 함께 마케팅 재원 추가 투입 등 출혈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