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홍길동씨는 재택근무 중에 지인이 추천한 해외펀드 상품이 생각났다. 홍씨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스마트 장갑을 착용하고 가상현실(VR) 플랫폼에 접속해 은행 가상지점을 방문했다. 지점에 입장하자 인공지능(AI) 행원이 은행 앱에서 살펴보던 펀드를 비롯해 여러 상품 자료를 들고 홍씨를 맞았다. 자리에 앉아 실제 음성으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니 투자 시점이나 금액 비중 등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주목받으면서 국내외 금융사도 향후 메타버스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이 그래픽 중심 가상공간과 아바타를 이용한 초기 모습으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실제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종합한 3차원 디지털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사용 행태를 유도해낼 수 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MZ세대가 재미있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채널로 메타버스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유행에 민감하면서 더 편하고 좋은 서비스가 있다면 별다른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플랫폼을 갈아타는 성향이 강한 만큼 메타버스 성장성이 상당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은행이 메타버스를 MZ세대와 최접점으로 보고 있지만 '금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가 온라인, 모바일에 이어 새로운 금융서비스 채널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핵심인 금융 서비스가 아닌 MZ세대를 위한 다양한 즐길거리를 우선 앞세우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양상이다.
조영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장은 “사용자가 빅테크 플랫폼이 구현한 쉽고 편한 금융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전통 금융 서비스는 과거 공급자 중심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며 “빅테크가 다양한 서비스 중 하나로 금융을 제공하는 것처럼 금융사는 금융 외에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사용자가 더 재미있게, 더 오래 플랫폼에 머무르도록 하는 방안이 핵심 생존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KBO와 연계해 메타버스에서 실시한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선전 기원 파일럿 서비스 '신한 베이스볼파크'는 업계의 이 같은 고민이 잘 녹아있다. 당시 2만명을 초대했지만 실제 2만4000여명이 신한 베이스볼파크에 접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한은행은 이를 직접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검증(PoC) 기회로 활용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우리의 최대 강점인 금융을 활용한 다양하고 재미있으면서 유용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비금융 채널과 연계해 사용자가 즐길 수 있는 게임 요소, 여러 이업종 사업자와의 제휴 서비스 등을 우선 계획하고 있다”며 “추후에는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계해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용자 편의와 재미를 추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메타버스 전용 금융 콘텐츠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로블록스(ROBLOX) 플랫폼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와 접목한 게임을 자체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HMD를 활용한 가상금융 체험관도 꾸릴 예정이다. 가상영업점을 첨단 시설을 갖춘 미래형 공간으로 만든다. 아바타와 AI를 용한 메타버스 영업점을 구축하고 금융 서비스 제공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모바일뱅킹 올원뱅크에서 디지털 가상공간 '브랜치 독도'를 개설했다. 추후 이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고객 취미나 관심사를 테마로 한 특색있는 메타버스 브랜치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당구를 테마로 한 '브랜치 당구', 아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브랜치 아시아' 등 새로운 커뮤니티로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브랜치를 순차로 선보이고 이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메타버스를 이용한 MZ세대 유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과 제휴 사업을 발굴하고 MZ세대를 위한 자체 메타버스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 협력해 혼합현실(MR) 기반 미래금융 서비스 연구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메타버스를 이용한 소통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도를 기획하고 있다. 스마트홍보대사 대상 취업멘토링 행사, MZ세대를 위한 금융 콘텐츠 강의 등 내·외부 소통 창구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면서 적용 분야 확대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