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권재민 핵융합硏 통합시뮬레이션 연구부장 "가상세계에 인공태양 구현"

권재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통합시뮬레이션 연구부장
권재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통합시뮬레이션 연구부장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기술이 발전하려면 하드웨어(HW)뿐만 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SW) 기술 구현에도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가상세계에 핵융합장치를 구현해 우리나라가 HW 분야처럼 SW 영역에서도 큰 영향력을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권재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 통합시뮬레이션 연구부장은 핵융합 기술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연구자다. 이는 핵융합 연구 분야에서는 기념비적인 첫 시도다.

핵융합연의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와 국제 프로젝트로 만들어지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가상 구현해 미래를 대비하게 된다.

권 부장은 기존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핵융합 플라즈마 물리현상을 연구해 왔다. 시뮬레이션과 KSTAR 실험데이터를 비교하는 연구를 하던 중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버추얼 데모 연구에 뛰어들었다. 권 부장은 이러한 시도가 우리나라 핵융합 기술 발전, 미래 영향력 확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HW의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선 부분이 많은데, 이 추세를 더욱 이어갈 수 있다.

그는 “가상화 SW 기술은 체계적인 핵융합 기술 축적과 평가에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은 핵융합 기술 자체가 발전 중인 상황이어서 HW에 치중해 있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SW 기술도 선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부장은 재미있게도 게임에 쓰이는 기술을 활용, 버추얼 데모 구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융합장치를 가상 구현하려면 플라즈마 가열을 위한 중성자 빔이 어떤 궤적을 그리며 이동해 어느 곳에 충돌하는지, 그 영향은 어떤지를 알아야 한다. 이런 작업은 게임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인칭 슈팅 게임(FPS)이 대표적인 사례다.

권 부장은 “정교한 3차원 공간에서 이뤄지는 총알 이동궤적 시뮬레이션, 충돌 판정은 게임 득점을 계산하는데 널리 쓰이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버추얼 데모 기술 구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경험이 권 부장에게 아이디어를 줬다. 그는 과거 미국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했다. 당시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천체플라즈마 분야 등에서 게임 기술 협업이 보편화 됐다고 한다. 권부장은 기존 게임엔진, 자체 구현한 물리엔진을 기반으로 버추얼 데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새로운 핵융합장치를 만들기 앞서 가상화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미리 버추얼 데모를 만들어본 뒤 이를 토대로 실제 장치를 구현하면 당연히 사전 시행착오를 줄이고 과정을 효율화 할 수 있다.

가상화된 자동제어 시스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권 부장은 “상상하기에 미래 핵융합 발전소는 인공지능(AI)으로 통제되는 자동화 방식으로 운전제어하게 될 것”이라며 “버추얼 데모 기술이 이런 시스템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