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지역 상권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매출 급락, 기존 배달앱 시장 과점과 가맹점 고액 수수료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광역·기초 지자체마다 공익성을 내세워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9월 15일 기준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14곳이 공공배달앱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도입을 검토 중이고 전남과 전북은 아직까지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 지자체는 지역별 편차가 크지만 전체 226개 시·군·구 가운데 50% 이상이 공공배달앱을 운영한다. 현재 광역·기초 지자체 지정 공공배달앱은 30여개에 이른다.
공공배달앱은 2019년 경기도와 몇몇 기초지자체가 시범 도입하며 시작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 필요성과 유용성 인식이 높아졌고 올해 들어 도입 지자체가 급격히 늘었다.
경기도에 이어 지난해 서울시, 충북도가 공공배달앱을 시작했고 올해 들어 강원도(1월), 세종시(2월), 대전시와 울산시(3월), 충남도(6월), 인천시와 광주시(7월), 대구시(8월), 부산시와 경북도(9월)가 도입했거나 앞두고 있다.
광역시·도 가운데 공공배달앱이 가장 활성화된 곳은 경기도다.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8월 말 기준 누적 거래액 500억원을 돌파했다. 전달 대비 100억원이나 급증한 수치다. 현재 경기도 42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23개에서 배달특급을 이용한다. 가맹점 수는 4만개에 육박하고 이용 회원은 40만명을 넘었다. 경기도 음식 배달앱 시장의 15%까지 점유율을 끌어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북도 공공배달앱 '먹깨비' 이용률도 가파른 상승세다. 서비스 1년여 만에 일 평균 주문 3000건, 월 단위로는 10만건에 육박한다. 가맹점도 민영 배달앱 1위 기업과 비슷한 8000개 이상이다.
강원도 '일단시켜'는 광역·기초 지자체 간 밀착 협력 아래 현재 9개 시군에 서비스 중이며 3000개 이상 가맹점을 확보했다.
기초 지자체에서는 인천시 서구가 지난해 1월 시작한 '배달서구'가 기초지자체 1호 공공배달앱으로 주목 받았다. 전북 군산시가 지난해 3월 시작한 '배달의 명수'는 가입비·중개 수수료·광고료를 받지 않는 정책으로 짧은 기간에 가입자를 큰 폭으로 늘리며 인기를 모았다.
올해 출시된 공공배달앱은 '민관 협력 배달앱'이 대세다.
민관 협력 배달앱은 지자체와 앱 운영사가 협력해 공공배달앱을 개발·구축·운영하는 방식이다.
강원도는 코리아센터와 민관 협력 배달앱 '일단시켜'를 출시했고 기초 지자체 앱과 통합 및 연동을 확대하고 있다.
경남도는 중개수수료 2% 이하 유지를 조건으로 기초 지자체 공공배달앱과 민간 배달앱을 아우른 경남형 민관 협력 배달앱 운영을 시작했다. 참여 시·군과 업체에 지역 상품권 사용과 할인 혜택을 제공해 소상공인 부담은 줄이고 지역 상권 특성은 살려 나가는 취지다.
이와 달리 경기도는 도 출자법인 코리아경기도를 통해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공공배달앱 운영 목적과 취지에 가장 근접한 방식이다.
개방형 공공배달앱도 늘고 있다. 개방형 앱은 지자체가 다수 앱을 공공배달앱으로 지정하거나 다수 운영사(앱)가 공공배달앱에 참여해 협력 및 경쟁하며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충남도, 경남도, 대전시, 세종시 등이 채택했다.
세종시는 '소문난샵' '먹깨비' '휘파람' '배슐랭' 등 다자구도 체제고 대전시는 '부르심'과 '휘파람' 2개 공공배달앱을 지정, 운영한다.
개방형 앱은 서울시에서 먼저 시작했다. 서울시는 16개 민간 배달앱을 '제로배달유니온'으로 묶어 지역 화폐와 상품권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파격 혜택과 차별화 서비스는 올해 출범한 공공배달앱의 또 다른 특징이다.
부산시 '동백통'은 광역시·도 가운데 중개수수료, 가맹비, 광고료를 받지 않는 '3無 운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음식 배달 외에 전통시장과 중소기업 상품도 중개한다.
대구시 '대구로'는 가맹점주에게 직접 자유롭게 광고할 수 있는 무료광고 기회를 제공한다. 매출 50만원까지 중개수수료 면제다. 경북도 '먹깨비'는 가입비와 광고료는 없고 중개수수료 1.5%만 받는다.
앱 기반 배달서비스 시장은 코로나19로 가속도가 붙어 지난해 1월 약 7500억원에서 12월에는 약 1조5000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현재 배달앱 시장 90%는 B앱과 Y앱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로 서비스 2년차를 맞은 공공배달앱 확산세는 분명하다. 하지만 배달앱 시장을 놓고 공공배달앱과 민간 배달앱 대결 구도로 보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명근 동백통 운영사 대표는 “경기도와 충북도를 제외하고 공공배달앱 지역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상태다. 공공배달앱 대부분이 올해 시작한 만큼 안착과 성공 여부는 1년 이상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민간 배달앱 수수료 인하, 가맹점 관리 강화 등 공공배달앱 확산에 따른 간접적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 공공배달앱 운영 현황>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