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과 바닥, 벽면이 스크린으로 구성된 축구장에서 한 아이가 뛰어다니며 공을 찬다. 천장에 부착된 센서가 아이의 모션을 인식해 발을 디딜 때마다 바닥에 빨간색 원을 그리며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 공이 그래픽 골대 안으로 들어가자 'GOAL'이라는 문구가 뜨며 가상 관중이 환호한다. 키오스크에서 '농구' 카테고리를 클릭하니 축구장이 순식간에 농구 코트로 바뀐다.
올림픽 공원에 위치한 가상현실스포츠실에서는 KT가 개발한 '리얼큐브'로 농구, 축구, 컬링, 트램펄린, 총 쏘기, 복싱 등 다양한 운동을 체험할 수 있다. 공통적 특징은 눈앞에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스크린에 나타난 가상현실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KT는 환경 이슈와 교육 트렌드 변화에 맞춰 '리얼 큐브'를 출시했다. 리얼큐브를 통해 각기 다른 공간에 있는 친구와 '따로 또 같이' 체육활동이 가능하다. 코로나19와 미세먼지 등 환경 변화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가운데, 리얼큐브는 진정한 공간 혁신으로 평가된다.
리얼큐브는 현실 공간에 반응형 기술과 위치·동작 인식이 가능한 센서를 연동해 가상현실(VR) 기기나 AR글라스와 같은 별도의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도 가상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혼합현실(MR) 서비스다.
리얼큐브는 데이터 연동을 통해 네트워크 기반 대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데이터가 연동되면 A라는 이용자와 동일한 시간대에 접속한 B라는 이용자가 토너먼트를 진행할 수 있다.
각자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이용자가 가상의 세계에서 연결돼 같이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구현했다는 점은 공간 혁신 사례다.
데이터를 연동하지 않으면 인공지능(AI)과 대결할 수 있다. 축구, 농구, 피구 등 여러 명의 선수가 필요한 게임에서도 로봇과 같이 팀을 이뤄 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KT가 추구하는 '따뜻한 메타버스'와 궤를 함께 한다.
리얼큐브 콘텐츠는 주로 몰입형 교육과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인터랙션 콘텐츠'라고도 불린다. 유·아동에서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고객군에 맞춤형 콘텐츠가 제공된다.
KT는 어린이가 본인 발달 단계에 맞춰 리얼큐브를 이용할 수 있도록 20여종 콘텐츠를 출시했다. 가상 환경에서 쓰레기를 치우면서 현실에서도 쓰레기를 줍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가 하면 상단 포트에서 떨어지는 쓰레기를 손으로 잡아 분리수거를 하며 자연스럽게 분리수거법을 배울 수 있다. 또 팔을 시침과 분침으로 이용해 디지털 시간을 아날로그 시계 위에 표현해 아날로그 시계 읽는 법도 습득 가능하다.
문제 해결력, 기억력, 언어력, 수리력, 집중력은 물론 순발력, 지구력, 근력, 민첩성, 협동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콘텐츠도 마련했다. 전문기관과 협력해 신뢰도를 높였다. 두뇌 인지·발달 분야에서는 서울삼성병원 치매 및 인지신경센터와 협의했고 체력발달 분야에서는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와 협업했다.
KT는 향후 리얼큐브를 통해 시니어 관련 전문 연구까지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기동 KT 공간·영상DX사업담당(상무)은 “KT는 추가 콘텐츠를 개발 중이며 1년에 2~3종 콘텐츠를 지속 출시할 계획이다”라며 “현재 교육, 복지, 레저 시설 등 37여개소에 설치된 리얼큐브를 지자체와 협의 후 전국적으로 확산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