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의원직 전격 사퇴...'배수의 진'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국회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대선주자로서의 역할에만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경기지사직을 유지하며 당내 경선에 참여한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주의와 민주당, 대한민국과 호남, 서울 종로에 진 빚을 갚겠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되는 기막힌 현실도 괜찮은가”라며 이 지사의 도덕성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5·18영령' '선배당원' 등을 언급하며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 가치에 합당한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주 대전·충남, 세종·충북 지역 순회 당내 경선에서 경쟁주자인 이 지사가 과반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자, 민주당과 자신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광주·호남을 찾아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특히 주요 대선주자에게 '관건 불법선거' 공세를 받는 이 지사와의 차별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지사는 대선후보가 된다면 공직선거법상 대선 90일 전인 12월 9일까지 지사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그 전에는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선 경선 완주보다 지사직을 사수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지지층 결집 행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자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찾아가 '나는 호남의 아들'이라고 선언한 모양새”라면서 “예상외로 이 지사의 지지율과 차이가 많자 배수의 진을 친 것인데, 의원직 사퇴라는 카드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사퇴 선언에 대해 '사퇴쇼'라는 반응을 보인 여당이 역공세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대표도 의원직 사퇴 선언을 앞두고 고심의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역구이자 우리나라 정치 1번지인 서울종로 지역민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내 지도부 등과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

배재정 이낙연 캠프 대변인은 “후보가 '사퇴쇼'라는 오해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고심했다”면서 “아무쪼록 후보가 강조하는 민주당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일이 폄훼되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