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에 달하는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이어 차순위 컨소시엄까지 계약이 불발됐다. 지난 1년 동안 공고와 재공고, 계약불발과 소송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부산 국가시범도시 사업이 결국 사업자 선정 공고 1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두 차례나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면서 애초에 사업계획과 지침이 문제라는 사업자들의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부산 국가시범도시 공공 사업자인 한국수자원공사가 민간 부분 차순위협상대상자였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LC CNS 컨소시엄조차 계약 기한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공모에 응했던 두 개 컨소시엄 모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서 부산 국가시범도시 사업의 민간사업자 선정이 1년여 과정을 거쳐 무위로 돌아갔다. 국토교통부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공고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우선 수자원공사와 부산시 등 사업 주체들의 의견을 들어 향후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지역에 세워지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은 사업자 제안에 따라 3조~7조원 규모로 건설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지상태에서 스마트시티를 지어 올려 세계적인 스마트시티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2017년부터 시작됐다. 단순히 도시 건설에 그치지 않고 혁신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민간과 공공이 함께 합작법인(SPC)를 설립하도록 했다. 부동산 분양으로 얻은 수익을 혁신서비스에 투자하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당초 2022년 입주가 목표였지만 기본구상부터 시행계획을 수립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3년이 지난 지난해 4월에서야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가 나왔다. 의향서를 제출했던 한수원과 LG CNS가 컨소시엄을 결성하자 단독 입찰을 피하기 위해 재공고를 냈다. 하지만 결국 단독입찰에 의해 재입찰까지 간 끝에 나중에 입찰에 참여한 한화에너지가 이끄는 '더그랜드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4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계약이 불발되자 국토부는 법률검토를 거쳐 한수원이 이끄는 '더수컨소시엄'과 협상을 시작했다. 두 컨소시엄 모두 협상기한을 한차례씩 연장했으나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두 번이나 계약이 불발되자, 공공 사업자인 수자원공사와 책임 부처인 국토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첫 번째 협상을 진행했던 더그랜드컨소시엄은 계약불발 책임을 수자원공사에 묻는 소송까지 걸었다.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부산 국가시범도시 사업이 15년을 운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인데다 민간 사업자의 자율성도 보장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공공 측은 컨소시엄 내부 기업들의 의지와 소통 문제로 인해, 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해 계약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순위협상 대상자와도 기한 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선은 사업 주체들인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진행 과정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