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이 논란에 휘말리면서 ‘모듈러 교실(임대형 이동식 학교 건물)’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기존 컨테이너 교실 단점을 보완·개선해 만들어진 모듈러 교실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학교와 업체가 임대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포항 등 전국 22개 학교(6월 말 기준)에서 6개월~3년씩 임대 설치됐다. 대부분 학교 증·개축 기간 동안 공사 중 임시교실이나 과밀학급 해소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많이 설치한 학교는 40여개 모듈러 교실을 3층 규모로 건축한 사례도 있다. 영구적으로 둔 곳도 나왔다.
모듈러 교실은 공장에서 골조, 마감재, 기계 및 전기설비 등을 모두 갖춰 규격화된 건물로 완성해 현장에서 운송, 단순 조립 설치해 완성할 수 있다. 학생수 증감을 감안해 빠른 설치와 이동식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운동장 등 빈 공간에 설치돼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씩 사용되기도 한다.
모듈러 교실은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노후화되고 위험한 학교를 증·개축하는 동안 임시교실로 사용되면서 알려졌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모듈러 교실 전문업체 엔알비는 고창고를 비롯해 7개 학교에 모듈러 교실을 설치했다. 기존 컨테이너 교실이 애초에 물류용으로 만들어져 학교 현장에 사용하기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있어 일반 학교 수준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대기업 계열 건축설계 전문기업 포스코A&C와 기술제휴도 맺었다.
강건우 엔알비 대표는 “철판 벽구조인 기존 컨테이너와 달리 모듈러 교실은 다르다”며 “공장에서 만들 때부터 기둥보를 만들어 제작하기 때문에 벽을 트는 공간 확장에도 용이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창호와 자동환기시스템으로 공사 중에 생길 수 있는 소음이나 먼지 등을 차단하고 내부 인테리어도 친환경 자재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모듈러 교실 시장은 아직 작다. 시장에서 업체간 경쟁과 발전을 유도하면서 일선 학교가 좋은 제품을 손쉽게 임대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모듈러 교실은 친환경 용도로 제작돼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있어 학교간 원할한 임대와 공급 등의 일정, 수익성도 맞춰야 한다.
기존 컨테이너 교실이나 새로 나온 모듈러 교실이나 모두 임시교실로 가설 건축물이기 때문에 별도 안전 기준이 없는 것도 단점이다. 나라장터에서 모듈러 교실과 기존 컨테이너 교실이 모두 임시교실로 등록된다.
이에 교육부는 소방청과도 협력을 통해 임시교실을 소방서에서 기존 학교와 같이 완공검사 및 유지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조달청과 협력해 혁신제품을 선정하고 일선 학교와 같은 성능 수준을 요구한 모듈러 교실 기준을 제시했다.
모듈러 건축을 연구한 안용한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모듈러 교실은 기존 컨테이너 교실 단점을 개선하고 일반 학교 이상으로 성능을 높인 제품”이라며 “그러나 모듈러 교실을 직접 보지 못한 대부분 학부모 입장에선 기존에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컨테이너 교실’로 오해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 학교 일부에서 충분한 소통 없이 사업이 추진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학부모 대부분이 새 모듈러 교실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 전학이나 임시교실 문제를 접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모듈러 교실을 직접 보고, 업체별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델하우스’와 같은 형태로 눈으로 확인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안 교수는 “나 역시 같은 학교 학부모로서 갑자기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 (임시교실이 싫으면) 전학 가라는 방식에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모듈러 교실을 경험해보고 만족도가 높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정책적으로 추진이 잘 된 사례를 연구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