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소상공인에게도 디지털 전환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신도꼼지락시장 뿐만 아니라 백년가게, 미용실 등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도 안정적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구독경제 도입을 위한 시도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원 사업은 단연 백년가게 밀키트다. 지난해 12월 이화횟집의 '낙지전골' '낙지볶음', 장흥회관의 '낙지곱창전골', 지동관의 '깐쇼새우'로 시작한 백년가게 밀키트는 온라인은 물론 대형마트,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미국, 호주, 홍콩 등 12개국으로 수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백년가게가 출시한 밀키트는 총 13종. 8월 현재까지 총 25만여개 판매고를 올렸다. 총 매출도 약 17억원 상당으로 가장 많이 팔린 이화횟집의 낙지전골은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4억원이 넘게 판매됐다. 스타트업 프레시지와 협업을 계기로 이화횟집 총 매출은 3배 이상 늘었다.
이 밖에도 동봉의 '목살양념구이' 'LA갈비', 만석장의 '들깨순두부찌개', 화정떡갈비의 '떡갈비', 안일옥의 '소왕갈비찜', 신안촌의 '매생이굴국', 수원민물추어탕의 '우거지추어탕', 풍기삼계탕의 '삼계탕', 옛집식당의 '대구식 육개장'이 현재 출시된 백년가게 밀키트다. 연말까지 추가로 20여개 제품이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밀키트 제조·유통업체가 기획, 개발, 포장, 유통 등 전 과정을 담당하고 소상공인은 레시피와 상호 사용 권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진다. 민간 쇼핑몰에 소상공인 전용 '구독경제관'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지원한다. 기간 단위로 상품을 결제하면 할인 쿠폰을 지원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다.
플랫폼·물류 전문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전통시장 상인에게도 정기배송을 활용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MZ세대의 소비 방식 변화도 소상공인과 시장의 변신이 요구되는 환경이다.
밀키트 외에도 지역 특산물과 소상공인 제품을 민간몰이 꾸러미를 구성해 '효도상품' '복지상품' 같은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농·수·축산물 조합 등 소상공인 단체와 협업이 가능한 지자체와 함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같은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반 기업을 통해 선결제 시스템도 구축한다. 인근 미용실이나 카페에서 주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모델이다. 골목상권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기결제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하녕 중기부 온라인경제추진단장은 “구독경제는 소상공인에게는 장기 고객 확보와 안정적 수입을 기대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면서 “플랫폼, 물류, 상품 큐레이션처럼 구독경제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고려해 많은 소상공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 형태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