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및 출자에 따른 '기술창업'은 기술사업화의 '꽃'이다. 선진 기술력을 갖춘 새로운 기업이 탄생, 업계 돌풍을 일으키는 모습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이다. 기술창업에 대한 투자는 일자리 창출로도 직결된다.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특히 강력한 면모를 보인다. 전담조직이자 전문성을 갖춘 중소기업사업화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기술창업을 이끌고 있다.
ETRI는 과학기술 출연연 가운데 처음으로 창업지원 기틀을 마련한 곳이자, 최고 기술창업 성과를 거둔 곳이다.
출연연 동문기업 1호 사례로 1980년 설립된 '삼보전자엔지니어링'의 이용태 대표가 바로 ETRI 출신이다. 이후 ETRI는 1990년 소속 연구원이 창업할 수 있도록 한 '창업 및 출자관리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근래 10여년 간 기술창업 기틀은 더욱 공고해졌다. 현금 투자가 불가능한 출연연 한계 극복 차원에서 기술지주회사인 '에트리홀딩스'를 2010년 설립, 금전적인 투자 방안도 마련했다. 연구자가 창업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지식을 전하는 예비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오픈이노베이션형 창업모델도 수립했다.
지난해부터는 연구개발(R&D)단에서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이전전담조직(TLO)과 연구자, 외부전문가 등이 연계해 비즈니스모델(BM)을 수립하는 기획형 창업지원을 추진 중이고, 올해는 '창업일체형 R&D 과제'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장기간 걸쳐 내재화하고 발전시킨 기술창업 지원 기반은 'ETRI 챌린지·스타트·스케일업 플랫폼'이라는 무형이지만 견고한 체계로 발전했다. 창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창업목표연구직을 채용하는 등 원내 연구인력 창업도전을 장려하고, 실제 창업과 성장까지 돕는 체계다. 17개실 창업보육시설을 운영해 창업과 성장과정을 지원한다.
이런 ETRI의 창업지원 기틀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코스닥에 3개 연구소기업을 상장(IPO)켰다. 수젠텍, 신테카바이오, 진시스템이 주인공이다. 이는 출연연 중 최다 사례다.
수젠텍의 경우 바이오칩 리더기 기술을 이전받아 창업에 성공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슈퍼컴퓨팅 기반 유전체 분석기술을, 진시스템은 유전자 증폭용 칩 기술을 기술출자 받았다. 이들을 통한 R&D 및 사업화 재투자 원천으로 거둔 누적 기술출자수익은 올해까지 152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끝이 아니다. ETRI는 지금까지 창업기업 67개, 연구소기업 74개 등 총 141개사를 설립했다.
IPO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ETRI 요람에서 비롯한 루센트블록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부동산 증권(DABS) 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금융규제샌드박스 승인을 국내 2호로 받아 이목을 끌었다. 호전에이블은 올해 기술특화형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됐고, 엑소시스템즈는 CES 2020 혁신상을 받았다. 얼마든지 제2의 수젠텍, 신테카바이오가 탄생할 수 있다.
박종흥 ETRI 중소기업사업화본부장은 “ETRI 기술창업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50억원 매출을 거두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고, 500여명 고용까지 만들어냈다”며 “앞으로도 지금까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기획창업, 창업일체형 R&D 사업 등 새로운 시도와 전담인력·에트리홀딩스 지원으로 파괴력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