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출연연, 대선정국에 목소리 내야

[사설]출연연, 대선정국에 목소리 내야

현 정부가 약속 받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기 대선이 내년이다. 막바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과학기술 분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 현장 개선 정책에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하는 등 의욕적으로 출연연 연구 환경 개선에 나섰지만 애초 목표로 둔 문제 해소가 시원스럽게 이뤄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출연연 운영비·인건비 등에 필요한 재원을 수주로도 충당하게 만든 '과제중심예산제도'(PBS)가 대표적이다. PBS는 오랜 기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도 개선을 천명했지만 쉽지 않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25개 출연연이 수개월 노력 끝에 '역할과 책임'(R&R)을 수립하고 수입 구조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연구 현장의 어려움이 배가된 일도 있다. 인재 채용에 블라인드 규정이 적용되면서 지원자의 연구 역량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어려워진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출연연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 다소 미온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일부 목소리가 나오지만 스피커 수가 적고, 소리도 작다. 대부분 출연연 구성원은 사석에서만 불만을 얘기할 뿐 목소리를 내는 것에 동참하기를 꺼린다.

이해는 된다. 정부로부터 적잖은 예산과 관리를 받는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연구자의 고유 속성도 동적이기보다는 정적이다. 그렇지만 가만히만 있는다면 연구 현장은, 나아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저변은 바뀌지 않는다. 설령 제 밥그릇을 챙긴다는 비판을 듣더라도 공적인 창구로서 크게 외쳐야 한다. 다행히 좋은 기회가 곧 생겼다. 차기 대선이다. 과학기술은 국가 발전을 위한 핵심 기반이다. 출연연의 역할이 분명 있다. 정치권이 출연연만큼이나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 현장은 알 수 없다. 대선주자가 출연연, 연구 현장의 발전을 이끌 공약을 마련할 수 있도록 출연연 스스로 아이디어를 제공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울지 않는 아이에게는 젖을 물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