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올 4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 3원 오른 것이지만 지난해 수준으로 복귀한 것이다. 월평균 350㎾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올 4분기 전기요금이 매달 1050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전기 생산에 소모되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후 처음 상향된 것이다. 정부는 올 1분기 조정단가를 3원 인하한 이후 두 분기 연속 유보 권한을 발휘, 전기요금을 묶어 놨다.
전기요금 인상은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유류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기준인 올 6월부터 8월까지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9~11월 평균 가격보다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70% 이상 대폭 상승했다.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4분기 조정단가는 kWh당 10.8원에 달해야 하지만 한참 못 미친 셈이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분기별 조정 폭을 ㎾h당 3.0원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료비 상승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부담이 누적된다는 점이다. 정부 유보 권한으로 올 2·3분기 전기요금이 유지되면서 한전의 재무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한전의 순손실은 3조원이 넘고,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및 그린뉴딜을 위한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기요금은 원가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된 가격을 사용한 만큼 내야 하는 요금이다. 정부가 요금 결정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세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눈앞의 편리를 위해 미래 투자 동력까지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기 위한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도 전기요금이 인상된 것이 8년 만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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