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에는 항상 지상파 방송 3사를 필두로 각 방송사의 특집물과 가족 오락영화가 오랜만에 모인 가족을 TV 앞으로 모이게 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방송사는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가 끝나고 방송사별 성적표 가운데 우승자는 단연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 아닌가 한다. 넷플릭스의 상징처럼 여겨진 몰아보기 시청을 통해 시리즈를 한 번에 시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끌어 역대급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기존 레거시 방송을 넘어 미디어 시장에서 점점 더 자리를 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자체 프로그램 제작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도 시청자 선택폭을 넓힌 지 오래다.
넷플릭스로 급부상한 OTT 모델은 이제 해외 OTT와 국내 OTT까지 더해져 한정된 시청자를 상대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시청자는 제한된 시간에 무엇을 택해야 할지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한 미국 조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TT에 대한 시청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이후로 생겨난 많은 OTT와 높아진 비용에 대한 불만이다.
응답자는 평균 4.7개의 OTT에 가입하고 있으면서도 OTT를 하나 더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70%는 OTT가 너무 많으며, 85%는 OTT 구독료가 점점 비싸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OTT에 대한 또 다른 불만은 가입한 OTT 서비스를 전환하는 데 짜증이 나며, 설정하고 관리하는 계정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찾기가 너무 복잡하고, 나아가 모든 콘텐츠를 시청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콘텐츠 지불 비용이 비싸진다고 대답하면서도 응답자의 60%는 광고 없이 비용을 지출하는 구독형 방식의 OTT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시청자가 택하는 OTT는 최대 5개 정도다. 5위 안에 들기 위해 인기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시청자를 언제나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도 필요하다.
응답자의 51%는 라이브러리, 42%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OTT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은 2019년 가을 68%에서 2021년 봄 78%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조사 결과는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특히 시청자 불만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입한 OTT의 시청 전환 시 절차상의 복잡성과 시간 소요 등에 대한 불만이다. '로쿠'와 같은 독립된 서비스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는 하지만 컴캐스트 플렉스처럼 인터넷으로 OTT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도 필요하다.
플랫폼이나 디바이스 사업자와 OTT 사업자가 협력관계를 맺고 이른바 '플랫폼 인 플랫폼' 형태로 시청자에게 편리성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기존 유료방송 채널 번들링처럼 OTT 번들링을 통해 시청자는 저렴한 가격에 편하게 가입한 OTT를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월트디즈니컴퍼니가 OTT 디즈니플러스, 훌루와 ESPN+를 번들링해서 시험 제공 당시 시청자의 호응을 받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채널 구성처럼 OTT도 다양하게 구성한다면 사업자나 시청자에게도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OTT는 지금도 콘텐츠 바다에서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쉽고 편하게 찾아 시청하도록 노력과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는 계속 생산될 것이고, 시청자는 모래밭에서 바늘 찾듯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콘텐츠 못지않게 테크놀로지에도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시장조사가 주는 데이터를 통해 우리의 현재와 우리가 가야 할 미래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많은 사업자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더욱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