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파악한 국내 60여개 가상자산거래소 중 원화마켓 거래 서비스를 포함해 기존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곳은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불과했다. 이들을 제외한 56개 거래소는 25일 기준으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코인마켓 거래소만 운영할 수 있다.
지난 24일 기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한 업체는 총 42곳이다. 이들 중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확보한 4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만 원화마켓 운영이 허용된다.
이들 중 가상자산 거래업자로 신고한 곳은 29곳이다. 이들 중 4대 거래소를 제외한 25곳은 모두 코인마켓 사업자에 해당한다. 개인정보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았으나 마지막까지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들 29개사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체결 금액의 99.9% 수준이다. 이밖에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기타(지갑·보관관리업자) 사업자로 신고한 곳은 13곳이다.
이에 따라 나머지 가상자산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두 불법이다. 미신고 거래업자의 원화예치금은 41억80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팍스·후오비코리아도 결국 '실명확인계좌' 확보 실패
다섯 번째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은행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렸던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도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20년 6월 업비트가 기존 파트너사였던 IBK기업은행 대신 케이뱅크와 손을 잡은 이후 1년 3개월 동안 새로운 실명확인계좌 발급은 없었다. 업비트의 사례 역시 신규라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2018년부터 3년 동안 '4대 거래소' 체제가 유지된 셈이다.
고팍스는 “그동안의 긍정적인 논의에도 24일 오전 해당 은행으로부터 사안이 결국 부결되었음을 확인, 기한 내에 확인서 발급이 어려울 것으로 통보받았다”며 “이에 따라 부득이하게 촉박한 일정으로 원화마켓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고팍스의 경우 가입자 수가 56만명을 넘고 예치금 규모가 총 7235억원에 달해 운영 역량 면에서 4대 거래소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캐셔레스트(약 3960억원), 후오비코리아(3687억원)와 비교해 2배 정도 앞선다. 가입자 수로는 코빗(17만5000명)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실명확인계좌 확보에 실패하면서 24일부터 고팍스는 원화 입금 지원을 종료하고 원화마켓 서비스도 중단했다. 대신 비트코인(BTC) 코인마켓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후오비코리아도 코인마켓 사업자로 신고해 거래소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후오비코리아는 은행과 협의가 막바지에 달하자 '투트랙' 전략으로 모든 상황에 대비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최종적으로 협의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24일 오후 2시부터 원화마켓 운영을 중단했다. 원화 입출금은 내달 24일까지만 지원한다.
◇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외국계 거래소 이용도 25일부터 중단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외국계 거래소의 내국인 이용도 제한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내국인 대상으로 영업한다고 판단되는 외국 가상자산사업자 27개사에 대해 9월 24일까지 특금법에 따라 신고해야 함을 알렸다. 25일 이후 미신고 상태로 내국인 영업을 지속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외국계 가상자산거래소가 불법 영업을 계속 이어갈 경우 사이트 접속 차단 등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 거래소의 국내 영업 여부는 한국어 서비스 지원 여부, 내국인 대상 마케팅이나 홍보 여부, 원화거래 또는 결제 지원 여부 등을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24일 기준 국내 금융당국에 신고한 외국계 거래소는 한 곳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외국계 거래소는 국내 영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외국계 거래소 대표 격인 바이낸스는 지난달부터 한국인 대상 거래지원 서비스를 다각도로 축소하고 있다. 서비스 통화 설정에서 원화(KRW) 옵션을 삭제하고 한국어 지원 서비스도 중단했다.
앞으로 외국계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 간 코인 이체가 차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가상자산을 주고 받는 양측 당사자 신원 정보를 거래소가 확인하도록 하는 '트래블룰' 이행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이 이전보다 제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