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실명 확인 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은행의 긍정 답변을 기다린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가 결국 쓴잔을 들이켰다. 지난 24일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는 은행에서 실명 확인 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원화마켓 운영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고팍스는 “긍정적인 논의에도 금일(24일) 오전 해당 은행으로부터 사안이 결국 부결됐음을 확인, 기한 안에 확인서 발급이 어려울 것으로 통보받았다”면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접수를 앞두고 부득이하게 촉박한 일정으로 원화마켓 운영이 종료된다”고 밝혔다.
실명 확인 계좌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날부터 고팍스는 원화 입금 지원을 종료하고 원화마켓 서비스도 중단했다. 그 대신 비트코인(BTC) 코인마켓을 오픈해서 운영하는 등 계좌 확보 노력을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고팍스는 가입자가 56만명을 넘고 예치금 규모가 총 7235억원에 이르는 등 운영 역량 측면에서 4대 거래소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캐셔레스트(약 3960억원), 후오비코리아(3687억원)와 비교해 2배 정도 앞선다. 가입자로는 코빗(17만5000명)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후오비코리아도 코인마켓 사업자로 신고, 거래소 운영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은행과의 협의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투트랙 전략으로 모든 상황에 대비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협의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부터 원화마켓 운영을 중단했다. 원화 입출금은 10월 24일까지만 지원하기로 했다.
24일 기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한 업체는 총 42곳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 실명계좌를 확보한 4개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만 원화마켓 운영이 허용된다. 4대 거래소 외에 대부분 가상자산거래소가 코인마켓으로의 전환을 확정하면서 일부 사업자의 시장 독점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 원화마켓을 이용하던 이용자들과 이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이 4대 거래소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기존 원화마켓에 상장된 '김치코인'(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 코인)의 가치 하락도 불가피해 보인다.
외국계 가상자산거래소의 이용도 25일부터 금지됨에 따라 이용자들은 서둘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이체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원화 출금이 가능한 가상자산거래소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들 역시 4대 거래소로 유입될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갖춘 거래소의 투자자 예치금은 올해 8월 말 기준 총 61조7311억원으로 집계된다. 이 가운데 4대 거래소 예치금은 59조3815억6000만원(96.2%)에 이른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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