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블폰 등 새로운 폼팩터 전자기기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선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기존 평면 디스플레이로는 구현하기 힘든 정보까지 표현할 수 있는 3차원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김대형 나노입자 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 현택환 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공동연구팀이 종이처럼 자유자재로 접을 수 있는 3차원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개발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양자점을 발광물질로 활용하는 QLED는 기존 액정디스플레이(LCD)와 달리 백라이트 등 부피가 큰 요소가 필요 없어 훨씬 얇은 디스플레이 제작이 가능하다. IBS 나노입자 연구단 역시 2015년 머리카락 두께 약 30분의 1정도인 3마이크로미터(㎛) 초박형 QLED를 개발하고 이를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형태로 제작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종이접기 하듯, 초박형 QLED를 원하는 형태로 자유자재로 접을 수 있게 만들었다. 나비, 비행기, 피라미드 등 복잡한 구조를 가진 3차원 폴더블 QLED를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이용해 QLED 표면에 증착된 에폭시 박막을 부분적으로 식각하는 '선택적 레이저 식각 공정'을 새롭게 개발했다. 식각 부분은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얇아 외부 힘에 쉽게 변형된다. 종이접기로 치면 '접는 선'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QLED와 에폭시 박막 사이에는 은과 알루미늄 합금으로 구성된 얇은 식각 방지층이 있어 레이저로 인한 QLED 내부 손상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연구진은 이 공정으로 폴더블 QLED 곡률반경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성공하고 약 50㎛ 미만 매우 작은 곡률 반경을 가진 폴더블 QLED 제작에 성공했다. 곡률 반경이 수십 ㎛ 이하면 눈으로 보기에는 날카롭게 접힌 것처럼 보인다. 또 500번 이상 반복 접힘에도 모서리 부분을 포함한 모든 발광면이 안정적으로 구동했다.
연구진은 64개 픽셀로 구성된 피라미드형 3차원 폴더블 QLED도 구성했는데 2차원과 3차원 구조 간 변형이 자유로워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자유자재로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개발 가능성을 보였다.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합금으로 구성된 식각 방지층을 활용한 레이저 공정 개발 덕분에 종이처럼 자유자재로 접을 수 있는 3차원 폴더블 QLED를 제작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에서 제작한 64개의 픽셀로 이뤄진 디스플레이를 넘어 향후에는 더 복잡한 폼팩터를 가진 QLED 디스플레이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택환 단장은 “특히, 전자 종이 및 신문, 태블릿 등을 비롯한 사용자 맞춤형 소형 디스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며 “사용자 맞춤형 디스플레이 제작 가능성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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