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준 이동통신사 알뜰폰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휴대폰 기준)이 46.6%로 집계됐다. 50% 돌파가 임박했다.
옛 미래창조과학부가 2012년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자를 '알뜰폰'으로 명명하고 활성화 정책을 가동한 이후 10년째 알뜰폰 시장은 1000만 가입회선 돌파를 앞둘 정도로 양적 성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알뜰폰이 성장하는 동안, 이통 자회사 쏠림 현상과 중소 알뜰폰의 영세화 등 질적 성장 측면에선 그림자도 상당했다.
알뜰폰이 자생력을 강화해 이통시장의 건전한 경쟁 주체로 자립할 수 있도록 10년간 알뜰폰 정책 성과와 부작용을 점검, 새로운 전략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상〉 알뜰폰, 이통자회사 의존 심화...중소·개별사업자 성장해야
우리나라 알뜰폰 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1년 도매제공 의무제도 시행 당시 32만명에 불과했던 알뜰폰 가입자는 10년간 3000% 이상 증가, 7월 가입자 981만 명으로 전체 이동통신시장의 13.7%를 차지했다. 내달 알뜰폰 가입자 약 1000만명 돌파가 기정사실화 됐다.
알뜰폰 위상은 달라졌다. 알뜰폰 시장 초기 저가 휴대폰 이용자 또는 단기 체류 외국인이 선호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롱텀에벌루션(LTE)에 이어 5세대(5G)이동통신 요금제가 출시되며 이통사와 유사한 서비스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돼 MZ세대까지 즐겨찾는 상품으로 변모했다.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알뜰폰 총 매출은 2019년 기준 9287억원이다.
하지만 알뜰폰 성장 정책은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2019년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 중 중소사업자 점유율은 48%였지만 지난달 31%까지 떨어졌다.
수익성이 높은 후불 요금제는 쏠림 현상이 보다 심각하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7월 기준 후불 요금제 가입자의 이통자회사 점유율은 66.2%에 이르렀다. 후불 요금제는 가격대가 높고 지속성이 높으며, 선불 요금제는 단발성 비정기적 충전으로 수익성이 낮다.
이에 이통자회사와 중소사업자간 매출 실적은 지속적으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 매출은 2016년 3230억원에서 2019년도 3238억원으로 8억원(0.2%)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이통3사 자회사는 5096억원에서 6048억원으로 952억원(18.6%)이 증가했다.
이통3사를 제어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안전장치는 유명무실하다. 옛 미래부는 2014년 공정경쟁과 중소사업자 보호를 위해 이통 자회사 시장점유율을 50%로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등록조건 위반이 현실화된 2021년 현재 책임소재를 가릴 수도, 법적 제재를 가할 장치도 모호한 실정이다.
알뜰폰 이통자회사 쏠림현상은 이통시장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통자회사의 누적 영업 적자는 1660억원을 넘었다. 이에 따른 부담은 이통자회사의 자금을 담당하는 이통사와 직결, 결과적으로 전체 이통 가입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중소알뜰폰은 이통 자회사와 경쟁 과정에서 증가하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알뜰폰 시장이 성장한 만큼, 이통 자회사·대기업 위주 성장에서 중소·개별 사업자 주도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매대가 할인, 마케팅 지원 등 분야에서 정부의 일괄적인 지원을 넘어, 공정경쟁을 고려한 차등 정책이 필요하다.
과도한 사은품 등 마케팅 경쟁에도 명확한 기준을 토대로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알뜰폰이 정부 지원책에 의존하지 않고 차별화된 고유 가치를 통해 장기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양정숙 의원은 “이통 자회사는 중소업체와 달리 모회사 지원을 받으면서 전파사용료 감면, 망이용대가 지원 같은 혜택도 유사하게 누리는 게 문제”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알뜰폰의 새로운 성장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통자회사 시장 점유율 50% 제한 강화 법제화 등은 중소·개별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