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상용화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중국에 빼앗긴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탈환할 중요한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액정표시장치(LCD)를 발판으로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했다. 지난 2019년 BOE는 LG디스플레이를 꺾고 LCD 1위에 올랐으며, 중국 LCD 시장 점유율은 이미 절반을 넘어 오는 2025년께 75%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는 중국의 가세로 LCD시장이 레드오션이 되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사업 전환을 추진했다. 삼성은 QD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 유기발광다이오드'(WOLED)를 준비했다. 삼성의 QD디스플레이 양산과 삼성 TV 출시는 국내 기업, 나아가 우리나라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을 되찾는 출발대에 선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QD디스플레이는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제한된 생산량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 생산능력은 8.5세대 유리원장 기준 월 3만장이다. 이는 65인치 TV 기준 연간 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양품을 생산할 수 있는 비율, 즉 수율을 차치해도 100만대는 연간 2억대가 판매되는 세계 TV 시장의 0.5%에 불과한 수치다.
QD가 품질이 뛰어난 디스플레이라 해도 삼성디스플레이의 현재 QD 생산능력으로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QD 생산량은 삼성전자에도 고민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TV 판매량은 4000만~5000만대다. 삼성전자가 QD디스플레이를 전량 구매해 TV를 만들어도 삼성 전체 TV 판매량의 2.0~2.5%만이 QD 제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소니에 공급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실제 구매할 수 있는 QD디스플레이 양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WOLED 패널을 구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와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을 활용해 새로운 TV 라인업을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지난 4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WOLED 구매를 협의했다. 삼성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LG디스플레이에 WOLED 구매 의사를 전했고, LG디스플레이도 이에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당시 양사 회동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는 “LG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수급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무 차원의 양사 논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협력 가능성은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WOLED가 OLED 기반 패널이란 점에서도 기인한다. 삼성의 QD는 파란빛을 내는 청색 OLED 위에 QD 컬러필터를 추가한 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백색 OLED에 컬러필터를 더했다. 구조는 다르지만 청색과 백색의 자발광 소재를 발광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QD와 LG의 WOLED를 하나의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으로 묶어 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 김기현 이사는 27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QD디스플레이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면서 “QD 증설을 요구하는 한편 부족분에 대비하기 위해 LG의 WOLED 패널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력이 이뤄지면 미래의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은 한국이 거머쥐게 된다. QD와 WOLED 등 차세대 제품을 상용화한 디스플레이 업체가 삼성·LG 외에는 아직 전 세계에 없는 데다 삼성과 LG 간 디스플레이 교차 구매도 일어나면 양사 시너지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LCD 생산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며 QD 증설을 추진할지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을 도입하는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통상 11월 인사 후 12월에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글로벌전략 회의를 연다.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