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 청취를 넘어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독립조직을 꾸리는 등 경영에 적극 가담시키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패턴 변화에 발맞춰 트렌드에 밝은 MZ세대를 앞세워 신사업 전략을 마련한다는 접근이다.
티몬은 지난 7월 신설한 MZ세대 특별팀인 이삼팀을 실 조직으로 격상했다. 장윤석 대표가 직접 실장직을 맡고, 산하에 3개팀 체제로 개편했다. 이삼팀은 콘텐츠 커머스, 파트너 상생 등 티몬의 신사업 전략과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조직이다. 플랫폼 차별화를 이끌 기민한 조직을 마련하기 위해 팀 발족 2개월 만에 '실'로 승격, 힘을 실었다.
GS리테일도 이달 초 MZ세대로만 구성된 '갓생기획-신상기획팀'을 새로 발족시켰다. 업무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모든 업무를 직접 주도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올해 말까지 50여종의 갓생기획 상품을 선보여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홈앤쇼핑도 신사업인 라이브커머스를 담당할 MZ세대 팀을 구축했다. 기존 TV홈쇼핑과 상품 소싱 및 콘텐츠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유통업체가 사원·대리급 조직을 꾸리는 것은 'MZ세대 소비자는 MZ세대가 가장 잘 안다'는 인식 때문이다. 소비력이 높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시장 변화에 더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젊은 감각이 필요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업무 추진 방식도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전까지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 소통에 기반한 자유로운 의견 제시나 공모를 통해 아이디어를 청취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젊은 조직에 책임과 권한을 더욱더 많이 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편의점 콘셉트인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나이스웨더'에 3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는 MZ세대로 구성된 미래사업팀이 주도했다. 현대백화점 미래사업팀은 새로운 여가·쇼핑 문화에 맞는 유망 업체를 발굴하고 본업과 시너지를 도모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사업 전략 영역에서 MZ세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채용 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CJ온스타일은 올 하반기 신입 채용설명회를 라이브커머스 형태로 진행했다. 라이브 방송에 익숙한 MZ세대의 특성을 활용해 더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의도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역시 신입사원 채용에 2030대 실무진을 면접관으로 배석시켰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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