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등 플랫폼종사자 고용보험 의무가입 시행이 3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종사자와 사업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 특성상 보험료만 지불하고 수혜자는 없는데 비용을 부담할 당사자 의견 수렴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지적이다.
27일 배달업계는 내년 1월 1일부로 배달대행 등 1차 플랫폼 직종 고용보험 의무가입 시행을 앞둔 가운데 배달플랫폼 종사자와 사업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이다.
정부는 '2025년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지난 7월 택배기사·가전제품 배송설치기사·화물차주 등 산업재해보험에 가입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14개 직종에 대해 고용보험 가입을 시행했다. 내년에는 1월 배달대행, 7월 기타 특고·플랫폼 종사자로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보험료율(실업급여 계정분)을 1.6%에서 1.8%로 0.2%포인트 인상, 내년 7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월소득 3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매달 내던 2만4000원 보험료가 2만7000원으로 3000원 인상된다. 마찬가지로 사업주 부담도 3000원 늘어난다.
A사 관계자는 “7월부터 산재보험 1만원을 라이더와 사업자가 5000원씩 분담하고 있는데 라이더 1만5000명으로 계산하면 15억원씩 지불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고용보험까지 하면 추가비용이 30억원 정도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은 라이더 생명과 직결된 산재보험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고용보험 도입에는 회의적이다. 최근 대리운전·배달 등 근무 시간과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 업계에 N잡러 등이 늘어나고 있다. 근무 시간과 방식을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 종사자 특성을 고려하면, 해고당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험료만 내고 수혜는 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인 이직, 즉 해고를 당한 경우나 보수가 30% 이상 줄어든 경우에만 수급 가능하다. 배달뿐 아니라 대리운전·퀵서비스 등 배달 플랫폼 종사자 중 남성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아 고용보험료에 포함되는 출산 전후 급여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B사 관계자는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출퇴근 개념이 없이 본인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탄력적으로 일하다 보니 근로 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면서 “정부가 제조업 관점에서 특성이 다른 플랫폼 산업을 해석해 고용보험을 의무화했다”고 비판했다.
1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플랫폼 종사자 대다수가 아직 제도 시행을 안내받지 못한 상황이라 내년 초 법 시행을 전후해 배달플랫폼 사업자과 종사자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C사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는 주로 대형 플랫폼 업체와 논의하며 제도를 만들고 있는데 전국 플랫폼업체의 정확한 숫자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제대로 된 논의과 공지 없이 3개월 뒤 제도가 시행되면 라이더들이 고용보험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쓰는 배달 대행업체로 이직해 정부 단속을 피하고 업계가 음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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