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케이스, 가전, 자동차 내외장재 등을 손쉽게 도장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개발됐다. 공정이 간소한 데다, 오·폐수 발생이 거의 없어 스프레이나 수전사 같은 기존 전통 도장 방식의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크루셜텍은 수증기 압력과 공기 압력을 이용해 플라스틱, 유리, 금속 등에 색상과 디자인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VSS(Vacuum Steam Solution) 전사'로 불리는 이 기술은 잉크가 도포된 필름에 비접촉식으로 열과 압력을 가해 대상물에 잉크를 씌우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케이스나 헬멧, 기타 부품들을 도장할 때 스프레이로 도료를 뿌리거나 물 위에 잉크를 띄워 색상이나 무늬를 입히는 방식이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대규모 설비나 인력이 필수다. 스프레이 도장의 경우 1개 라인을 갖추는 데 300~400m에 달하는 공간과 최소 10여명이 있어야 한다.
또 스프레이 공법은 사용 후 폐기되는 도료를 물을 이용해 수거하고, 수전사는 물에 잉크를 띄워 전사하기 때문에 다량의 오·폐수 발생을 피할 수 없다.
크루셜텍 VSS는 밀폐된 장비 내에서 케이스에 필름을 붙이는 것처럼 도장이 이뤄져 복잡한 공정을 단순화했다.
또 필요한 부분에만 압력을 가해, 필름에 있던 잉크가 표면에 안착하게끔 전사하기 때문에 수증기 압력 발생에 필요한 소량의 물을 사용할 뿐 오·폐수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유용 크루셜텍 부사장은 “진공 상태의 스팀 압력을 통해 인쇄층만 전사해 오염수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설비도 스프레이 투자비 10분의 1수준에 불과한 친환경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크루셜텍은 일본 요시다그룹과 VSS 전사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요시다는 유럽, 미국, 일본 등 명품 화장품 업체에 케이스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사 기술 기업으로 꼽힌다. 스마트폰용 지문인식모듈을 공급하는 크루셜텍은 지문인식 버튼을 효과적으로 도장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VSS 전사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크루셜텍은 VSS가 굴곡지거나 휘어진 입체물을 도장 하는데도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친환경이 필수인 시대 VSS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을 확신한다”면서 “스마트폰 케이스, 자동차 부품을 전사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