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술 리더십을 위해 교수, 연구자, 학생들이 공학 교육 혁신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첨단기술을 발전시키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등 최근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학교육을 혁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30일 2021 공학교육학술대회가 라마다프라자 제주 호텔에서 개막했다. 1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코로나19와 대학의 재정난 등 여러 한계 속 공학교육이 혁신할 방법을 모색하는 학술대회다. 한국공학교육학회가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공학교육혁신협의회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열렸다.
◇공학교육 혁신 주요 과제는
전공별 지식을 빠르게 전달하면서 실험·실습을 통해 실제 적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과거 공학교육의 지향이었다. 노하우(Know-How)를 얻기 위한 교육으로 불린다.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해져 있고, 이를 어떻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인가가 핵심 과제였다. 앞으로 주목을 받는 것은 '노왓(Know-what)' 교육이다.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해졌다. 공학적 접근이 아니라 공학과 인문학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만큼 융·복합 교육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학술대회에서는 교실 안팎에서 감각 능력을 가르치는 방법, K-문화에서 배우는 공학교육 및 연구체계, 공대 학생의 소프트 스킬과 융합 태도 등에 대한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공학·인문학 및 인공지능(AI) 융합, 생명 및 공학 융합, 설계 및 제조 융합, 협업 능력 등을 공학 혁신 과제로 제시했다.
장 총장은 기조강연에서 “자율주행자동차, AI 투자자, AI 예술이 나올 정도로 AI와 모든 분야가 융합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바이오 분야와 공학의 융합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조를 고려한 설계나 이론과 설계를 병행한 프로젝트 등 공학교육 방법적인 측면에서도 융·복합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공학교육에 대한 방법론적 접근도 달라진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기존에 교정에 안주하던 교육 방식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메타버스와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해 현장감있는 온라인 교육을 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학술대회에서는 온라인 공학교육에 대해서도 여러 세션을 만들어 방법론적 혁신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온라인 실험·실습 방안으로 부산대 가상실험실(V-랩) 사례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인하대는 산학협력 캡스톤디자인 매칭시스템을 개발해 소개했다. 1일에는 저학년 설계과목의 비대면 학습효과 변화 분석과 학습관리시스템(LMS)를 활용한 프로젝트 발표 수업, 비대면 또래 멘토링을 통한 공학계열 재학생 학습역량 강화 사례 등이 공유될 예정이다.
창의성 교육은 미래 사회 성장 동력을 위한 혁신 방안이다. 많은 연구기관에서 미래직업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복합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 창의력이라고 지적한다. 청년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몰입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 뇌가 신경가소성으로 인해 요구하는 대로 발달하는 만큼, 교육과 훈련을 통해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최고난도의 알고리즘 문제를 학생들이 풀 수 있도록 지도하는 몰입 교육을 통해 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떤 문제는 4일만에, 어떤 문제는 18일만에 풀어내는 훈련을 했던 학생들은 어떤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자신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냈다는 것이다.
황농문 서울대 교수는 “어떤 경험과 학습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 뇌의 특징”이라며 “사고기반학습을 위한 질문식 수업을 하면서 창의성 향상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DG에 대비하라
지속가능발전목표(SDG)는 전 사회를 관통하는 이슈로 등장했다. 최근 유엔 'SDG 모먼트'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과 방탄소년단(BTS)이 함께 참석해 화제가 됐다. 유엔은 SDG 달성에 젊은 세대의 힘을 끌어들여야 해 BTS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도 SDG는 화두다.
대학에서는 SDG에 적합한 인재 양성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SDG 자체가 대학의 경쟁력을 가르는 주요 지표로도 떠올랐다. 세계 대학평가 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평가에서도 지속가능성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2021년 기준 94개국 1118개 대학을 대상으로 SDG 이행이 평가됐다.
1일 조중래 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ASEIC) 사무총장이 대학의 SDG에 대한 실행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대학은 SDG를 고려해 커리큘럼을 보완하고 연구를 통해 SDG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학내 구성원의 SDG 관련 역량 강화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기관 특성과 연관된 SDG를 파악하고 밸류체인과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세부 지표도 만들어야 한다. 우선순위를 두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다. 조 총장은 대학의 액션플랜을 제안한다. 우선 주관부서를 선정하고 관련 운영위원회와 자문 그룹을 결성할 것을 제시했다. 워크숍과 세미나를 열어 전 구성원의 SDG 역량 강화를 실행해야 한다. 국제기구 및 국내 대학과의 협력, 미디어와 연계, 자금조달도 필요하다.
조 총장은 “앞으로 대학의 모든 계획과 운영은 SDG에 부합되어야 한다”며 “SDG를 고려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SDG 활동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서 교육·연구·운영 부문에서 SDG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에서는 다양한 이슈 변화 속에서 대학은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초개인 맞춤형 시대에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다양해지는 시대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학생 성공을 위해서는 정규 수업뿐만 아니라 비교과 프로그램과 지역사회활동, 동아리·취미활동 등도 중요해졌다. 이를 위한 멘토링 활동이나 상담·지원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일례로 성균관대는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학생성공 플랫폼을 구축했다. 교무 데이터나 장학금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머신러닝을 가동해 학생에게 맞춤형 정보와 추천을 제공하는 식이다. 학생은 수강신청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이력 관리를 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는 중도 탈락학생이나 학업위기 학생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지원체계를 갖출 수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대전환 시기, 어떤 대학이 되려 하는가' 특별강연을 통해 재정절벽시대일수록 학생 성공을 통한 성과 창출은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 교수는 “내세울 '대학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지, 구체화한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있는지, 조직·재정·인력 집중과 환류가 일어나고 있는지, 대학 홍보가 여기에 집중하고 있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특성화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제주=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