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가전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집콕' 생활이 늘면서 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로 성장하고, 온라인 판매 비중도 급증했다. 프리미엄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는 양상도 뚜렷하다.
30일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세계 가전 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인 3078억유로(약 4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대비 8% 성장한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 동기보다 소형가전이 21%, 대형가전이 31%나 성장했다.
GfK는 “올해 상반기 소형 및 대형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인상적이었으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도 훨씬 웃도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가전 시장의 성장은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봉쇄와 이동제한 등의 방역조치가 실시됐고, 소비자가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 수요와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요리, 청소, 저장 등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전과 위생 관련 가전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가전 수요는 고성능, 대용량, 최상급 등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됐다.
품목별로 보면 대용량 냉장고가 성장률 30% 이상을 기록했다. 한 번에 많은 빨래를 할 수 있는 대용량 세탁기와 건조기도 주력 제품으로 부상했다.
위생과 관련해서는 스팀 기능을 갖춘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의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편리한 집안 생활을 도와주는 로봇청소기 판매량도 50%나 늘었다. 로봇청소기 판매가 크게 늘면서 처음으로 일반 진공청소기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가전 시장 성장은 공통적이다. 올해 상반기 인도에서는 대형가전이 전년 동기 대비 51% 성장했고, 중국은 38%, 서유럽은 32% 성장했다. 소형가전은 유럽에서 27% 가량 판매가 늘었다.
가전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원자재가격 인상, 물류비 상승 등 외부 요인까지 더해졌다. 이런 상황은 향후 수요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르베르트 헤르조그 GfK 연구원은 “시장 내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데, 원자재와 물류비의 급격한 상승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2분기에 (가전제품 가격이) 23%나 상승했는데, 이로 인해 하반기에는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판매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것도 주목된다. 가전은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구매가 활성화됐다.
올해 상반기 주요 가전제품의 31%가 온라인에서 판매된 것으로 파악된다. 소형가전은 절반에 가까운 46%가 온라인에서 판매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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