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진코어 '초소형 유전자가위' 개발...새 치료 영역 개척

교정 성능·안전성 갖춘 기술 확보
선천적 시각장애 교정 비임상 진행
연내 임상 도전...10년 내 상용화 목표
동식물 분야 유전자 교정까지 연구

김용삼 진코어 대표(생명연 책임연구원)와 연구진이 초소형 크리스퍼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김용삼 진코어 대표(생명연 책임연구원)와 연구진이 초소형 크리스퍼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연구원 창업기업이 새로운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한 가운데, 이를 통해 기존에 불가능했던 사람과 동식물 치료·교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과 생명연 연구원 창업기업 진코어(대표 김용삼)는 공동 개발한 초소형 유전자가위 'CRISPR-Cas12f1(이하 Cas12f)' 기술을 기반으로 선천적인 시각장애 교정 비임상 시험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Cas12f 시스템은 기존 주로 쓰이는 CRISPR-Cas9 시스템보다 크기가 매우 작다. 체내 다양한 곳으로 이동 가능하지만 적재 용량에 한계가 있는 전달체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에 실을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유전자교정 기능이 전혀 없어 실제 활용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를 개선, 전달과 교정 성능 및 안전성을 모두 갖춘 유전자가위 기술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Cas12f 유전자가위 시스템을 AAV를 활용해 망막세포로 전달, 유전자 치료를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이미 세포 수준에서는 관련 유전자 교정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비임상 시험을 시작하고, 임상 연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향후 10년 내 상용화가 목표다. 연구팀은 시각·청각 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어셔증후군, 근위축증 일종인 듀센 근이영양증 치료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종 AAV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혈우병과 악성빈혈, 암 유전자 교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유전자가위 기술 성과는 동식물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식물 분야로는 대마가 주 연구 분야다. 대마는 꽃대에 의료용 성분, 환각 성분이 함께 발현되는데, 새로운 유전자가위로 환각 성분 발현을 막을 수 있다. 의료용 성분만 고순도 발현시킬 수 있다. 이미 생명연·진코어 연구팀이 세포 차원에서 환각성분 생성 유전자 제거에 성공했다.

동물 분야에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를 교정, 감염성과 독성을 모두 경감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충남대, 중앙백신,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힘을 합쳐 연구 중이다.

진코어는 김용삼 대표(생명연 책임연구원)가 겸직제도와 생명연 지원에 힘입어 설립한 기업이다. 전주기 창업지원 플랫폼인 'KRIBB 바이오 스타트업 부스터'를 통해 특허업무 지원, 비즈니스 모델(BM) 구축 도움을 받았다.

김 대표는 “생명연 지원으로 세계 일류 기업과 경쟁해도 손색없는 혁명적인 유전자가위 기술 확립에 성공했다”며 “이를 통해 K-바이오 이미지를 높이고 국내 바이오 산업 부흥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