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국가 R&D예비평가부터 평가위원 추천까지 맡는다

중소기업 연구개발(R&D) 평가 전반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내년 도입된다. R&D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졌는지 여부와 전문 분야 연구성과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우수한 성과를 거둔 평가위원을 우선 추천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이달 중으로 '차세대 스마트 R&D 평가체계' 본사업 개시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착수한다. 지난해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평가관리 시스템 개발 등 준비 과정을 마쳤다. 올해는 스마트 R&D 평가체계의 핵심 기능인 인공지능(AI) 예비평가 시스템과 평가위원 자동추천 시스템을 구축한다.

장현성 기정원 협력사업본부장은 “이달부터 외부 기관을 선정해 스마트 R&D 평가체계 기능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면서 “내년 6월 중으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AI 예비평가 시스템은 기정원의 R&D 과제에 지원한 기업의 수행역량과 경영현황 정보를 학습해 결과를 예측하는 데 쓰인다. 사업계획서 내용을 핵심 키워드 중심으로 요약하고, 기술성 분석과 시장 분석을 거쳐 사업성을 예측한다.

평가위원 자동추천 시스템은 특히 기존 R&D 평가 방식을 크게 바꿀 전망이다. 새로 도입되는 시스템은 평가위원이 기존에 평가한 과제의 기술개발 결과와 사업화 여부 등을 기준으로 평가위원별 역량에 맞는 분야를 추천한다. 학회, 논문, 특허 등 활동 내역도 현행화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했다.

과거 평가위원 중심의 평가체계는 중기 R&D 뿐만 아니라 국가 R&D 전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했다. 실제 특정 평가위원이 20회 이상의 평가에 참여하거나, 적합하지 않는 분야에서 평가를 수행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지난해 말 R&D 평가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평가위원의 의견수렴을 위해 기정원에서는 이달 중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중기부 R&D 예산은 매년 급증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중기 R&D 예산으로 1조8729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1997년에 비해 약 50배가 늘었다. 2019년의 1조700억원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규모다. 20년 전 평가체계로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에 대한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평가체계 시스템 개편과 함께 R&D 과제의 정형·비정형 정보를 가공해 기업 정보와 동향을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의 데이터마트를 설계하는 것 역시 이번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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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