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가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은 바이오헬스 산업이 취약할 경우 국가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지만 기초가 튼튼히 준비된 나라에는 확실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백신은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되던 신약 개발 과정을 1년 이내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신속성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경쟁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에 고속 성장을 이뤘다. 그 근간에는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헬스 산업의 주축이 되는 신약 개발은 단순히 속도를 최우선으로 할 수 없는 산업이다. 신약 효능은 사람 목숨을 구하기도 하지만 그 독성은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모더나가 개발한 mRNA 기반 백신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순간 세상에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mRNA 연구는 50년이 지난 2020년에야 빛을 보게 되리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한 1970년대 초반에 시작됐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는 그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R&D 투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에서는 세계 5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세계 2위이다. 순위로만 보면 엄청난 규모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가 신약 개발 분야에 가장 큰 규모로 투자하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연구비 규모가 10년 동안 약 2조2000억원인 반면에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총 30조원 이상이다. 이러한 막대한 자금이 미래 발전을 위한 투자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의 R&D 투자 노력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신약 개발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와 한국연구재단,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 등 사업단의 다양한 투자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앞날을 밝게 한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도 바이오신약 개발 중심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이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와 각 사업단, 규제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폭넓게 전문성 및 지원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정부 인프라와 인력 확충에 대한 더욱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중복 투자 이슈 관련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신약 개발 연구가 인프라가 부족한 대학·연구소·벤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등 바이오헬스 산업 선진국에 비해 민간 인프라가 부족하다. 우리나라가 바이오헬스 산업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신약 개발 지원 인프라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
신약 개발 육성 기반 강화를 위해 새로운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어떻게 잘 육성할 것인가도 우선 고려돼야 한다.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까지 최소한 5~10년이 소요된다. 반면 현재 인프라와 인력을 수요에 맞춰 확충한다면 기간과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지핀 불씨를 살려서 단숨에 바이오헬스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노력 못지않게 과감한 정부 투자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헬스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느냐는 우리의 선택과 집중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제욱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장 jwl@kbiohealt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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