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외침

안성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이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작은 국가 경제 규모였지만 이젠 '정부 규제'가 가장 큰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일갈했다. 국회 국정감사가 한창인 가운데 정치권을 향한 일종의 작심 발언인 셈이다.

최근 정치권은 '플랫폼 규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플랫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한 탓이다. 안 의장은 이 같은 기류에 편승해 각종 규제를 남발하면 혁신 스타트업의 날개가 꺾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플랫폼 규제가 총론만 난무하고 각론이 부재한 점을 우려했다. 안 의장은 “미국에서 규제 대상 기업은 연 매출 1000조원을 넘는 빅테크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기업의 가치가 이들 빅테크의 수만분에 1에 그치는 데도 똑같은 규제를 받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안 의장의 지적처럼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여론에 휩쓸려 마녀사냥식으로 모든 플랫폼 기업을 궁지로 몰아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규제는 '양날의 칼'과 같다. 잘 휘두르면 공정한 시장경쟁을 유도할 수 있지만 과도하면 결국 시장 혁신을 저해한다. 현대식 자동차를 발명한 영국이 자동차 강국의 타이틀을 이웃 나라 독일에 넘긴 사례는 종종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적기조례'라는 과도한 규제가 영국 자동차 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아이러니는 영국이 150여년 뒤 옛 과오를 교훈 삼아 '규제 샌드박스'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산업에서 다시 앞서가고 있다. AI '알파고',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그 성과물이다.

국내 플랫폼 규제 정책도 영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안 의장은 “장기적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날개가 꺾이면 관련 분야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국내에 진출,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에 자동차 산업을 넘긴 영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영국은 이의 만회에 150년을 허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