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플랫폼' 시대다.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뉴스, 동영상, SNS,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가 플랫폼을 통해 제공될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도 플랫폼화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플랫폼일수록 수많은 이용자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차 더 많은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GAFA'로 대변되는 글로벌 플랫폼이 전세계 경제를 주도한다.
반면 플랫폼 발전 그늘에서 소외되고 피해를 입은 플랫폼 이용사업자나 이용자에 대해서도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이용사업자 규정(P2B Regulation)' 제정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디지털 시장법(DMA)' 제정을 추진하는 유럽연합(EU)이나 '특정 디지털 플랫폼 거래 투명화법'을 제정한 일본뿐 아니라 글로벌 초대형 플랫폼 본고장인 미국에서까지 최근 플랫폼 규제를 위한 6개 법안을 하원 법사위에서 통과시킴으로써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보면 플랫폼 규제를 주목적으로 하는 제정법안만도 9개다. 그 외에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내용의 개정안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 및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개정안'과 방통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안'은 그 규제 내용뿐 아니라 공정위·방통위 사이 규제권한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전통적인 규제는 각 시장이나 산업영역 특수성을 고려해 소관부처가 전담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인터넷의 보편적 확산에 따라 정보유통을 기반으로 한 포털서비스가 발전했고, 구 정보통신부가 그에 대한 규제 이슈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후 우리나라 ICT 규제 거버넌스 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역할을 분담했다.
온라인 상 재화·용역의 전자상거래나 표시·광고에 대해선 공정위, 플랫폼 사업자 시장 진입이나 사전 규제는 과기부, 플랫폼 상의 정보 유통에 대한 사후규제나 이용자보호는 방통위, 콘텐츠산업·저작권·언론은 문체부가 각각 고유한 규제권한을 행사한다는 마치 '신사협정' 같은 것이 존재했다. 그 '신사협정'에 대한 시장 신뢰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부여해 시장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그런데 ICT 융합을 통해 여러 서비스·시장이 플랫폼으로 연결됨에 따라 플랫폼 영향력이 더욱 거대해졌다. 각 고유 규제 영역 구분도 어렵다.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것이 플랫폼으로 연결되고, 이용사업자나 이용자는 특정 플랫폼으로 더 종속되고, 플랫폼이 모든 규칙을 정함으로써 플랫폼에서의 공정성 및 이용자 보호 이슈는 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규제기관도 고유한 권한을 기초로 플랫폼 규제 권한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측면에서는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자칫 규제기관 사이의 과도한 경쟁은 플랫폼 규제의 '신사협정'을 깨뜨리고 과도한 중복규제로 이어져 결국 플랫폼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야기하거나 최종적으로는 보호하고자 했던 이용사업자나 최종 이용자에게도 불이익을 야기할 수 있다. 플랫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규제 논의도 중요하지만, 실제 법적 규제를 집행할 거버넌스 논의가 중요한 이유다.
플랫폼 규제는 플랫폼이 접하고 있는 다면시장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다면시장을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 그 자체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 플랫폼과 이용사업자 사이 공정경쟁뿐 아니라 최종 이용자 보호와 함께 미래 시장을 이끌 다양한 플랫폼 발전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때문에 플랫폼 규제 입법은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국민적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그 규제를 실행할 규제기관 사이 역할 분담과 조정도 함께 숙의해야 한다.
만일 현재의 거버넌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과거와 같은 '신사협정'을 유지하거나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반면 글로벌 경제를 견인할 플랫폼 시대에 맞게 다양한 규제기관과 연계해 플랫폼에 대한 규제·진흥의 조화 및 규제 일관성 유지를 위한 강력한 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플랫폼형 규제 거버넌스'로의 과감한 개혁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AI, 데이터, 방송, 통신, 콘텐츠, 언론 등에 대한 거버넌스를 포함해 전체 정부 조직 개편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차기 정부의 숙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모든 플랫폼 참여자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규제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규제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 kjchoi@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