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영세 대리운전업체에 영업권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 회사를 인수하면서, 해당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자금 대여로 플랫폼 충성도를 높여 시장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씨엠엔피(CMNP)를 통해 복수의 대리운전업체를 대상으로 자금을 대여하고 영업권을 담보로 설정했다.
대여금을 반환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업체에 대해선 담보권 실행할 계획이다. 동반성장위에도 대리운전업체를 추가 인수하지 않는다면서도 '대여금을 반환하지 못한 업체의 영업권 인수는 예외'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을 대여하는 씨엠엔피는 카카오모빌리티가 2019년 인수한 수도권 2위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 '콜마너' 운영사다.
자금 대여는 점유율 확대가 목적이다. 씨엠엔피는 무이자로 대리운전업체를 지원하는 대신 콜마너 프로그램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등의 조건을 걸었다. 대리운전업체의 협조 여부는 콜마너 관제 프로그램을 통해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대리운전업체는 씨엠엔피와 채무관계로 인해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통해 티맵모빌리티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대리운전업체를 인수하지 않아도 유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리운전업체가 콜마너를 이용해 중개할 경우 '카카오T' 인입 콜이 늘어난다.
자금 대여는 동반성장위원회의 대리운전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논의로 잠시 중단한 상태다. 다만, 씨엠엔피가 지난 6월 모빌리티 사업 확대 등을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780억원을 추가 출자받아 실탄은 충분히 확보했다.
자금을 빌린 대리운전업체는 종국에는 영업권을 넘기는 수순을 밟을 우려가 크다. 최근 대리운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재무 개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간 현금성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해지면 대응 여력이 없는 전화콜 업체는 자연스레 퇴출될 수밖에 없다.
대리운전업체가 사업 자율성을 잃으면서도 자금을 대여하는 건 은행권 대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영업권도 담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콜마너 프로그램 사용 등의 자금 대여 조건이 있는 건 맞지만 아직 담보권 실행 사례가 없고 업체 사정을 고려해 반환 지체 시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며 “부도가 나는 업체는 자금 회수를 위해 담보권 실행이 불가피하지만, 영업권 인수를 위해 악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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