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금융, 포털, 쇼핑몰, SNS 등 서비스에 가입하고 이용하기 위해선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데이터를 제공한다. 서비스 유형에 따라 글, 댓글, 클릭 등을 통해 사생활, 위치, 취향, 인적 관계, 창작물, 의견 등 다양한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 같은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일까. 데이터를 생성하는 행위가 노동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첫째 데이터 소유에 관한 문제다. 데이터가 물건이면 데이터를 가진 자에게 소유권이 있다. 민법은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정의하고, 자신이 가진 물건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유권이라 한다(민법 제98조, 제211조). 특정 형태의 유체물이 아니어도 배타적으로 지배·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면 물건이다. 공기나 물은 물건이 아니지만 일정한 범위를 구획해 지배하거나 탱크, 병 등에 가둬 관리할 수 있으면 물건이 된다. 데이터는 사용·복제해도 닳거나 없어지지 않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쓸 수 있다. 다른 데이터와 결합해 전혀 다른 성격의 데이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데이터 자체로는 물건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와 구분할 수 있는 저장장치에 보관하고 제3자가 쉽게 열어 보거나 이용할 수 없게 배타적으로 지배·관리한다면 물건이 될 수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데이터는 나에 관한 것이지만 나의 지배·관리 아래 있지 않기 때문에 내 물건 또는 내 소유라 보기 어렵다. 다만 데이터가 가지는 개인정보적 성격으로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 저작권, 초상권, 인격권 등도 인정된다.
둘째 데이터 노동에 관한 문제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혁명이다. 인공지능(AI)의 핵심은 심층학습기술이다. 학습데이터가 많을수록 좋은 결과를 만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2020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서 국민의 인터넷 이용시간이 전년보다 약 15% 증가했다. 주당 평균 인터넷 이용시간은 20.1시간으로 전년 대비 2.7시간 증가했다. 인터넷을 단순 검색하기도 하지만 SNS 등에 글·사진·영상을 올리고, 언론기사나 다른 회원 글에 댓글을 쓴다. 방문 식당이나 구입 도서, 물품에 대해 후기를 올리기도 한다. 기업이 제공하는 추천 등 서비스에 개인취향을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올린 글, 사진, 영상 등 데이터는 그 기업의 다른 고객을 위해 쓰일 때도 있다. 기업은 내가 올린 데이터를 활용, 그들의 데이터를 고도화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광고수익 등 매출을 일으킨다. 내가 하는 데이터 생성은 단순 소비에 그치는 걸까. 소비를 넘어 노동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용약관에 동의했고, 고용계약은 없다. 그렇지만 이 노동에 대가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다. 대가를 받아야 한다면 얼마를 받아야 할까. 고객이 생성한 데이터 가치를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 없어 쉽지 않다. 그러면 국가가 데이터세 등 세금으로 거둬 가는 것은 어떨까. 국가는 왜 나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가로채려는가. 세금으로 받은 돈을 다시 공공서비스로 우리에게 쓸 것이기 때문에 착복이 아닐 수도 있다. 사업자는 고객의 데이터 노동으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 품질과 수준이 높아진다고 항변한다. 오프라인 기업도 고객의 피드백을 받고 서비스 개발에 반영하는데 온라인 기업에만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한다. 독일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우리가 실리콘밸리기업에 아무런 대가없이 노동을 제공하고 그 기업이 세계를 통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AI로 많은 일자리가 없어진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AI시대 노동을 어떻게 정의하고 평가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휴일에 톰 소여에게 속아 페인트칠을 한 친구 벤의 노동에 대해 “너도 재미있게 놀았잖아”라는 말은 더 이상 변명이 되지 않는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