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반도체 수급난 영향으로 4분기 예정한 국산 신차 출시 시기가 내년 이후로 줄줄이 연기됐다.
현대차그룹의 신차 출시 보류에 이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마저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며 감산 위기에 처했다. 반도체 병목 현상 장기화로 내년까지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부족한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13일 자동차 부품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연내 출시를 준비해왔던 제네시스 G90(프로젝트명 RS4)과 기아 니로(프로젝트명 SG2) 후속 모델 생산 계획을 각각 내년 1분기, 2분기 이후로 미뤘다. 애초 두 신차는 4분기 중 초도 물량 생산이 계획돼 있었다.
G90과 니로 후속 모델은 지난해부터 이미 양산 전 프로토타입 모델을 주행 테스트에 투입해 최종 품질을 점검하는 등 사실상 개발을 완료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최근 반도체 수급 지연을 이유로 각 협력사에 생산 일정을 내년 이후로 보류하겠다고 전달했다. 세부 생산 일정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 출시를 연기한 것은 현재 생산 차종조차 생산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신차를 투입하기는 무리라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공급 지연에 대해 “빠른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등 생산 일정 조정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 대다수 인기 차종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최대 1년이 소요될 만큼 출고 정체가 심각하다.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나 싼타페 하이브리드, 포터 등은 주문 후 출고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린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출고까지 11개월이 소요된다.
현대차나 기아보다 반도체 수급이 양호했던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도 반도체 재고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가장 먼저 한국지엠이 지난달부터 부평공장에서 50% 감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급난으로 8만대 이상 생산 차질을 빚은 한국지엠은 부평공장 감산 돌입으로 수출 효자 역할을 하던 트레일블레이저 생산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내 출고를 기대했던 전기차 2022년형 볼트EV와 볼트 EUV의 GM 본사 리콜 결정으로 국내 출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수천대 국내 사전 계약을 받았지만 아직 한 대도 출고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생산 규모가 작아 공장을 정상 가동해오던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도 조만간 감산해야 할 만큼 반도체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XM3 유럽 수출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건 상황인 만큼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쌍용차 역시 반도체 수급 제약으로 렉스턴 스포츠 등 일부 인기 차종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업계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연말까지 지속되면서 신차 출고 지연, 부품 수급 차질 영향 장기화를 예상하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이 전 분기보다 120만대 늘어난 380만대”라며 “반도체 부족 장기화가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모든 자동차 업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