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소파블록 테트라포드

오영민 KIOST 책임연구원
오영민 KIOST 책임연구원

항만을 오가는 선박, 해안가 주변 건물과 해양 구조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밀려오는 파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파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매년 강해지는 태풍은 침수, 시설물 파괴 등 재산피해를 낳는다. 해안가 침식 사례도 끊이지 않아서 소파블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파(消波)블록'은 파도의 힘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서 설치하는 콘크리트 블록이다. 여러 국가에서 해안이나 방파제에 소파블록을 여러 개 쌓아 방파제, 방조제, 연안침식 방지물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파블록 연구는 1940년대에 시작됐다. 초기의 직육면체 콘크리트 블록인 큐브에서 현재는 테트라포드(Tetrapod) 블록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소파블록이 생산되고 있다.

100개가 넘는 다양한 소파블록 가운데 우리나라는 주로 테트라포드를 사용하고 있다. 테트라포드는 둥근 기둥 모양의 다리가 네 개 달린 콘크리트 블록이다. 둑을 쌓을 때 테트라포드를 서로 맞물리게 배치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파랑에 대한 저항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테트라포드에 부딪친 파도는 일부 부서지고, 나머지는 맞물린 테트라포드 사이로 흘러들어 힘을 잃게 된다.

테트라포드를 비롯한 소파블록의 주원료는 콘크리트다. 압축력은 뛰어나지만 인장력은 약하다. 이 때문에 건물, 다리 등 건축구조물에는 철근을 넣어 보강한다.

테트라포드는 중량과 구조적 특성을 이용해 파도에 저항하는 원리로 개발됐다. 단가 측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철근은 넣지 않는다. 인장력이 약하다 보니 파도가 크게 치면 블록이 부유·이탈하기도 하고, 서로 부딪쳐서 균열 및 파손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다 보니 유실되기도 한다. 지난해 울릉도에서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대형 테트라포드가 해안도로에까지 떠밀렸고, 방파제 수백 미터가 파손되기도 했다.

거세지는 파랑과 태풍에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소파블록이 요구되지만 교체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현실적인 해결점을 찾기 위해 기존 테트라포드의 결합 효과성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했다. 국내 여러 항구에서 결합 실험을 진행했고, 제주도 성산포항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성산포항 방파제의 일부 테트라포드를 대상으로 두 개씩 로프로 결합한 후 파고 10m가 넘는 태풍에 노출시켰다. 태풍이 지나간 후 기존 몇몇 테트라포드는 이탈했다. 그러나 결합 테트라포드는 자리를 지켰다. 개별 소파블록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방파제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다.

테트라포드를 대체할 신형 소파블록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떤 것이 가장 우수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국가나 지역마다 바람 세기나 지형이 다르고, 파도가 발생하는 요인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 해역에 적합한 소파블록을 사용해야 한다.

KIOST는 십(十) 자 모양의 '연안재해 방지용 신형 소파블록'도 개발했다. 결합 효과를 높여서 적은 무게로도 10m 이상의 높은 파고에 견딜 수 있는 블록이다. 특수페인트를 칠하면 인장력도 높일 수 있고, 알록달록한 색깔로 시각적 이미지 향상 효과도 있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해양 변화를 예측해서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고, 우리 해양과학자의 역할이다.

태풍과 고파랑은 방파제에서 1차 피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파블록은 그 핵심 기능을 맡고 있으며, 방파제를 비롯한 해양 재난 대응 시설물에서 비용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구조물이기도 하다. 안정적이고 경제성 있는 소파블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 방파제는 대부분 수십년 전에 만든 테트라포드를 사용하고 있다. 소파블록은 비용 문제로 한꺼번에 모두 교체할 수 없기 때문에 결합, 도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파 효과성을 높이는 동시에 더 우수한 성능의 소파블록을 개발하고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효과성 높고 경제성도 갖춘 새로운 소파블록 개발은 우리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재산피해는 줄일 수 있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오영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ymoh@kio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