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 기반 감평·세무 분야 핀테크 스타트업이 전통 사업자들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감평협)는 빅밸류의 '자동시세산정 모형'(AVM) 서비스가 경찰에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에 반발,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검찰은 고발인 감평협이 형사소송법 절차에 의거해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재수사로 빅밸류는 후속 투자 유치를 포함한 사업 확장 계획에 지장을 받게 됐다.
빅밸류는 빅데이터와 AI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연립, 다세대 등 비정형 주택의 시세를 자동으로 산정하는 스타트업이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에 기업간거래(B2B)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감평협은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이가 연립·다세대 등 주택에 대한 시세를 평가하는 것은 감평법이 정한 '무자격자에 의한 감정평가'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5월 빅밸류를 형사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1년여 조사 끝에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빅밸류 측은 자동시세 서비스가 금융위원회의 지정대리인제도에 네 차례 선정되고 혁신금융서비스 규제샌드를 통과하는 등 정부 당국의 적법 판단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위의 혁신금융심사 및 국토교통부의 감평법 위반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에서도 위법이 아니라는 해석을 얻어냈다.
일각에서는 감평협이 향후 프롭테크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빅밸류를 타깃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감평협은 지난달 프롭테크 기업들과 상생·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회원사 상당수는 감정평가사들이 설립했거나 감정평가사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감평협 관계자는 “여전히 빅밸류가 감정평가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가격 산출 기준과 알고리즘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확도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 유권해석과 사법부 판단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끝까지 법적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유사한 갈등은 한국세무사협회와 세무 플랫폼 스타트업 간에도 벌어졌다. 현재 국회에서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법안에는 플랫폼 업체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인 '세무대리 업무의 소개 알선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해당 법안 발의 역시 세무사 단체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세무사고시회가 지난 4월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를 불법세무대행 혐의로 고소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갈등 사례처럼 주도권을 플랫폼 기업에 내주면 이후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전통 업권 사이에서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세무 스타트업 대표는 “소규모 스타트업이 이와 같은 법적 분쟁 이슈에 장기간 휘말리면 사업 모델이 명백하게 합법이라 해도 데스밸리를 버티기 어려워진다”며 “타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도 법 개정으로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나쁜 선례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
이형두 기자기사 더보기